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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스페셜 - 화요교육] “수능으로 대입 역전” … 고4생 그들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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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대를 목표로 하고 있는 장윤정(19)양은 재수생이다. 그는 요즘 서울 교대역 부근 학원에서 국사를 공부하고 있다. 장양은 “서울대에 가려면 국사를 필수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외고를 나온 장양의 지난해 수능 성적(백분위 점수, 100점 만점)은 언어·수리·외국어(언·수·외) 모두 99·99·99였다. 전국 상위 1%에 속하는 점수다. 그는 “몇 개 틀리지 않았는데도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장양처럼 수능 고득점을 위해 칼을 갈고 있는 학생들이 학원가에 넘쳐난다. 지난해 어렵게 출제된 수능에서 언어·수리(나형)·외국어 영역 등 3개 영역 합산 최고득점자(429점)보다 불과 7점 낮은 고득점자도 서울의 한 학원에서 재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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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다 보니 요즘엔 고교 교장·교감이 졸업생들이 재수·삼수를 하고 있는 학원을 찾아간다. D학원 최모 부원장은 “교장들도 ‘추수 지도’라는 이름으로 대형 학원을 학기마다 찾아와 ‘애들 잘 키워서 서울대 보내 달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재수·삼수해 좋은 대학에 가면 졸업한 고교의 진학 실적으로 남기 때문이다.

 고3은 기본이고, 대학에 가기 위한 수험기간이 재수·삼수로 연장되는 ‘고4생’이 늘고 있다. 특히 외고 등 특목고와 서울 강남지역 고교 출신이 많다. 서울 서초구 세화고 출신 고4생은 479명으로 고3 재학생 수(476명)를 추월했다. 세화고를 비롯해 상문고·경기고·영동고·휘문고 등이 고3 재학생 수만큼의 고4생을 두고 있다.

신동원 휘문고 교사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웬만하면 재수하지’라는 말이 쉽게 나오고 있을 정도로 고4가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재수생도 많아졌지만 삼수 등 소위 ‘장수(長修)생’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1년 이상 수험생활을 한 고4생이 고3 보다 성적이 더 잘 나올까. 수능 언·수·외 3개 영역 1등급에 든 비율을 기준으로 서울 강남 3구 지역 27개 고교의 고3과 고4생의 성적을 비교하면 중앙대부속고·세화고·단국대부속고 등 5개고를 제외하고 22개고에서 고4생의 3개 영역 1등급자 비율이 높게 나왔다.

 특히 수능 출제를 맡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올해 수능에서 만점자 숫자가 응시생의 1%가 되도록 쉽게 출제하겠다”고 밝히면서 고4 현상이 일반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장원영 세화고 진로상담연구부장은 “쉽게 출제되니까 한 번 더 도전해볼까 하는 유혹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도봉구 누원고를 졸업하고 재수를 하고 있는 김진수(19)군은 “학원 야간반은 절반 이상이 현재 대학 1년생들일 정도로 재수를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연세대의 경우 1학년 휴학생 수는 2008년 259명에서 2010년 328명으로 늘어났다. 의대 등에 진학하기 위해 휴학한 채 재수하는 반수(半修)에 도전하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정시모집은 전체 인원의 37.9%로 역대 최소 규모다. 수능만 잘 본다고 합격을 보장받기 어려워진 것이다. 특히 수시모집을 못 채우면 정원 일부가 정시모집으로 넘어오던 정원 이월도 올해부터 불가능해진다. 수시 추가모집이 올해 처음 시행돼 수시모집 인원을 모두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고4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입시제도가 더욱 예측 가능해져야 한다고 현장 교사들은 입을 모은다. 김혜남 문일고 교사는 “물 수능, 불 수능을 반복하는 혼란스러운 입시, 어떻게 준비해야 합격할지 분명치 않은 입학사정관 전형 등이 수능 한 방으로 역전하려는 고4생을 양산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글=강홍준·김민상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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