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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화성시의원 … 공무원 불러 “무릎 꿇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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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이홍근 시의원

경기도 화성시의 한 시의원이 간부 공무원에게 “무릎을 꿇어라” 등의 폭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8일 화성시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의회의 한 사무실에서 민주당 소속 이홍근(46) 시의원이 최모(52) 과장(5급)에게 “무릎을 꿇어라” 등의 폭언을 퍼부었다는 것이다. 추경예산 편성을 앞두고 최 과장이 이 의원을 겨냥해 ‘시의원이 요구하면 다해 주느냐. 버릇을 고치겠다’고 말했다는 소문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었다는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최 과장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이 의원이 폭언을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20분간 옥신각신하다가 최 과장은 손과 팔꿈치에 찰과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가 커지자 이 의원은 18일 오전 최 과장을 만나 사과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 두 사람은 이날 공동으로 낸 입장문을 통해 “둘 사이에 원만한 합의에 이르렀으며 신체적 접촉이나 위협적 상황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전화 인터뷰에서 “예산 편성에 대해 의논하는 과정에서 감정적으로 목소리를 높인 게 와전됐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 간의 문제로 둘 다 일이 커지기를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 공무원은 “조용히 넘어가자는 의원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두 사람의 합의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최 과장은 인터뷰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앞서 성남시의회 이숙정(무소속) 의원이 동주민센터의 공공근로 여직원에게 행패를 부려 민주노동당에서 출당 조치됐다. 그는 두 달 넘도록 의정활동을 중단했지만 여전히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또 지난달에는 용인시의회 한은실(민주당) 의원이 스카프를 훔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민주당 중앙당은 14일 한 의원을 제명했고 용인시의회도 21일 열리는 임시회에서 징계안을 다룰 예정이다.

화성시민 이성석(35·자영업)씨는 “줄만 잘 서면 시의원 배지 단다는 생각이 만연해 벌어진 작태”라며 “이럴 바에야 정당 공천제를 없애고 능력과 도덕성만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화성=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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