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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섭 ‘BMW’ 타다 … 손학규 ‘스토킹’ 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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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4·27 재보선의 최대 격전지는 경기도 성남 분당을이다.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나, 민주당 손학규 후보나 결코 질 수 없는 승부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한나라당 후보들에게 표를 몰아준 분당에서 강 후보가 질 경우 한나라당은 패닉상태에 빠질 게 틀림없다.

손 후보는 당을 위해 희생한다는 각오로 출마했으나 분당에서 패할 경우 야권에선 ‘손학규 한계론’이 확산할지 모른다. 절박한 두 사람이 12일 후보 등록을 하고 나서부터 사흘 동안 어떻게 움직였는지 중앙일보 새내기 기자 2명이 SNS(Social Network Service) 편지 형식으로 전한다.

이지상·민경원 기자

이지상 기자

“시민생활 알자” 출퇴근 체험
주민 안 보일 때까지 인사
차에서 자장면으로 끼니
“대표 시절과 많이 달라져”

# 강재섭이 달라졌어요(12일 오전 6시50분)

강 후보가 없었다. 수내3동 동사무소에서 일정이 시작된다고 했지만 이리저리 돌아봐도 그는 보이지 않았다. 강 후보는 관광버스 안에 있었다. “여행 잘 다녀오세요.” 강 후보는 정중하게 머리를 숙이고 인사를 했다. 버스가 출발했는데도 그 꼬리를 보며 90도 각도로 인사했다. 한 측근은 “당대표 시절과 비교하면 많이 달라진 모습”이라고 말했다.

# “참 오래 걸렸어”(12일 오전 9시30분)

 강 후보가 지역선관위를 찾았다. 직원이 공천장을 들여다보자 그가 웃으며 말했다. “이거 받는 데 참 오래 걸렸어.” 당 지도부가 분당을에 정운찬 전 총리를 전략공천하려 한 과정에서 겪은 마음고생이 떠오른 듯했다. 상가 밀집지역을 돌며 인사할 땐 트로트 ‘찔레꽃’을 흥얼거렸다. “왜 찔레꽃이냐”고 물었더니 “노인정에 갔더니 어르신들 노래교실이 열렸잖아 ”라며 환하게 웃었다.

# BMW를 타다?(13일 오전 7시20분)

 강 후보가 오리역에 나타났다. 측근들은 “BMW를 타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들이 말하는 BMW는 B(Bus), M(Metro), W(walking)로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걷는 걸 뜻한다. 강 후보가 시민들의 생활을 체험하기 위해 나선 것이라는 설명이다. 강 후보는 버스정류장에서 줄 서 있다가 버스에 올라탔다. 양재역에서 내려 분당으로 돌아오는 길엔 지하철을 탔고, 조용히 신문을 살펴봤다.

# 자장면 먹은 보람이 있네요(14일 오후 1시30분)

 강 후보는 아침을 먹지 않고 신문을 보는 게 습관이라고 했다. 이날도 아침을 거르고, 점심 때 자장면으로 배를 채웠다. 승합차(카니발)로 이동하면서 자장면을 든 그는 “먹는 걸 참 좋아하는데 요샌 하루 한 끼밖에 못 먹는다”고 했다. 직후 금곡동 상가에서 반백발의 남성을 만났다. 그는 강 후보의 손을 잡은 채 “꼭 이겨주세요”라고 말하며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표정이 환해진 강 후보는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기자에게 밝게 웃으며 “자장면 먹은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 “힘 있잖아요. 등록금 좀 내려주세요”(14일 오후 6시)

 여당인 강 후보에게는 지역 민원을 해결해 달라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학부모 권정미(43)씨는 “ 우리 아이 학교에만 잔디가 없다”고 했다. 대한노인회 이수진씨는 “유류특별지원금이 줄어 노인들의 고충이 크다”고 했다. 오리역에서 만난 대학생 최삼열씨는 “스물네 살인데 등록금이 없어 잇따라 휴학을 했기 때문에 아직도 1학년”이라며 “등록금 좀 꼭 내려주세요. 힘 있으시잖아요”라고 했다. 강 후보는 “잘 알겠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몸을 낮추고 인사하는 걸 반복했다.

민경원 기자

냉랭하게 뿌리치는 유권자
횡단보도 중간까지 가 악수
손님 한 명인 식당도 들러
쇼윈도 볼 때마다 웃는 연습

# “손 후보가 어려 보여”(12일 오후 2시30분)

거리에서 손 후보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동안(童顔)이세요”다. 미금역에서 만난 김정희(48·여)씨는 “직접 보니 아직 청춘이다. 우리 남편보다 어려 보이네”라고 말했다. 이에 손 후보는 “어려 보이려고 예전 사진을 쓴 건데…”라며 겸연쩍게 대꾸했다. 그 말이 신경 쓰였는지 손 후보는 자동차 창문이나 쇼윈도가 보일 때마다 틈틈이 머리를 손질하며 웃는 연습을 했다.

# “내가 서강대 교수였던 거 알고 있나”(13일 오전 7시)

 손 후보는 미금역 앞 정류장에서 M(급행)버스를 기다리던 한 학생에게 다가갔다. 서강대 점퍼를 입은 학생이었다. 그에게 손 후보가 귓속말을 했다. “내가 서강대에 있었던 거 아니?”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던 학생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쳐다봤다. 그런 다음 “아, 네” 하며 인사를 했다. 손 후보는 학생의 손을 잡고 무슨 학과에 다니는지 등을 묻더니 “잘 부탁합니다”라고 했다.

# 노무현과의 관계는 … ?(13일 오전 8시)

 회사원 박진철(42)씨는 출근길에 손 후보를 붙잡고 다짜고짜 물었다. “경기도지사 시절 노무현 대통령과 (관계가) 안 좋지 않았나?” 손 후보는 “파주 LCD 공장 설립을 놓고 입장이 달라 갈등은 있었지만 준공식 땐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와서 축하를 해줬다”고 답했다. 미금역에서 마주친 한 대학생이 “ 정당보다는 사람을 봐야 하는 거 아닐까요”라고 하자 손 후보는 활짝 웃었다.

# 라이벌을 만나다(14일 오전 7시)

 아침 출근길 선거유세. ‘명당’을 차지하기 위한 두 캠프의 신경전도 벌어졌다. 보행자가 더 많은 미금역 1, 2번 출구 앞 횡단보도는 손 후보가 먼저 차지했다. 강 후보 측 주부 운동원들 너댓 명이 자리를 잡으려 했으나 손 후보를 돕는 대학생들의 숫자에 밀려 자리를 빼앗겼다. 잠시 후 강 후보가 손 후보와 마주쳤다. 둘은 악수를 하며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했다. 이어 강 후보가 “열심히 하세요. 저는 건너가겠습니다”라고 하자 손 후보는 “아직 (교통) 신호가 안 바뀌었는데요. 살펴 가세요”라고 했다.

# 횡단보도 중간까지 가 손을 내밀다(14일 오후 8시30분)

 손 후보의 특징은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기가 무섭게 목례를 하고 두 손으로 상대의 손을 잡으며 “잘 부탁합니다”라고 인사하는 것. 그는 종종 횡단보도 중간까지 나가 손을 내밀기도 한다. 몇몇 사람이 “바쁘다”며 지나치면 손 후보는 “인사만 좀 드릴게요”라며 뜀박질을 하면서 손을 내민다. 승용차 창문을 열고 클랙슨을 울리며 반기는 이들에겐 활짝 웃으며 다가가 손을 잡는다. 식당을 지나치다 손님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들어가는 그에게 보좌진은 늘 “시간이 없어요 ”라고 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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