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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이사람] ‘5.5 닭갈비’ 김미영 사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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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소문을 듣고 찾아 갈 때 만 해도 장삿속이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이 사람 좀 미련 맞다. 밥장사 하는 사람이 돈 받고 파는 밥 보다, 그냥 내주는 밥이 더 많은 건 아닌지 걱정될 정도다. 망하지 않는 게 희한하다. 5.5 닭갈비 사장 김미영(45·여·사진)씨 얘기다. “밥장사하는 사람이라 아이들 배불리 먹이는 봉사를 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를 만났다.

-급식 봉사를 하게 된 계기가 있나.

 “2006년 대전에 있는 5.5 닭갈비 1호점에서 장사를 할 때 낮 모르는 사람이 찾아왔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돌봐주는 일을 하는 사회복지사였다. ‘아이들이 닭갈비를 먹고 싶어 하는데 도와줄 수 있는지’를 물어왔다. 좋다고 했다. 밥장사가 밥으로 봉사할 수 있다니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날 이후로 지역아동센터나 복지시설 등에서 요청이 있을 때 마다 마다하지 않고 잔치를 벌였다. 천안으로 이사 온 뒤로도 계속하고 있다.”

-잔치를 열 때 마다 꽤 많은 아이들을 초청한다고 들었다.

 “보통 30~40명, 그 보다 더 많을 때도 있다. 천안에만 직영점이 3개 있는데 돌아가면서 한 달에 한 번 꼴은 하는 것 같다. 사실 ‘너무 자주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잔치를 벌이는 날은 희한하게 장사가 더 잘된다. 자리가 없어 일반 손님은 못 받고 돌려보내는 경우도 많은데 장사를 마치고 결산해보면 평소 보다 더 많이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다.”

-급식비 못 내는 아이들을 위해 학교에도 기부도 한다고 들었다.

 “식당에서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꼴로 잔치를 벌이다 보니 의외로 학교 급식비를 못 내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 달에 한 끼 해결해주는 게 다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됐다. 그래서 최근 고교 2곳에 급식비 명목으로 기금을 전달했다.”

-한 달에 한번 잔치를 벌이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텐데.

 “학교에 급식비 지원하는 비용까지 합하면 1년에 2000만원 정도 들어간다. 그러나 봉사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행복을 안겨준다. 언젠가 닭갈비를 맛있게 먹은 한 아이가 ‘아줌마 참 젊으시네요!’ 하더라. ‘요놈 네가 더 젊은데?’하면서 웃고 넘어갔지만 그날 하루 종일 너무 행복했다. 젊다는 소리를 들어서가 아니다. 고맙다는 표현을 하기가 쑥스러워 튀어나온 말이란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해준 것 보다 맑고 순수한 아이들에게 얻은 것이 더 많다.”

-주변 사람에게 이런 봉사활동을 알리지 않는 이유가 뭔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구절 때문 인가.

 “이런 얘기하면 봉사활동 하려고 마음먹은 사람들에게 상처가 될지 모르겠지만 순수하게 하는 봉사활동을 안 좋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최근에는 ‘봉사활동 열심히 하는 가게를 도와야 한다’며 접근한 사람으로부터 사기를 당할 뻔 했다. 나는 누가 날 알아주길 원하지 않는다. 외식 한 번 하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한 끼 즐거운 식사를 제공하는 기쁨만으로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봉사에도 때가 있는 것 같다. 나중에 해야지 하면 평생 못한다. 나중에 한다 해도 지금 하는 것과 같지 않을 것이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 아닌 가. 친구와 서로 싸워도 사과할 때를 놓치지 않으면 좋은 관계를 계속 이어갈 수 있다. 누구라도 나중에 돈 벌면 봉사해야지 하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만큼 봉사하며 살아가길 바란다. 경험상 나눈 만큼, 그 이상으로 돌아온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글=장찬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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