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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치 강사’ 이택곤 교수에게 듣는 ‘말 잘하는 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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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이택곤 교수는 나사렛대 평생교육원 스피치 전문가 과정 책임교수다. 한때 대학뿐 아니라 사설 학원에서도 스피치 교육과정이 인기를 끌었다. 정치를 하려는 사람부터 대인관계가 원만치 않은 사람들까지 ‘말 잘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스피치 훈련 기관으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스피치 훈련은 얼마 가지 않아 시들해 졌다. 막상 해보니 별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 걸까? 하지만 이 교수의 강의는 여전히 인기다. 이 교수에게 ‘말 잘하는 법’에 대해 물었다.

이택곤 교수는 “말 잘하는 훈련은 스스로에게 정직해지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조영회 기자]

-한때 스피치 교육과정이 인기를 끌다 요즘은 좀 시들해진 것 같다.

 “과거에는 주로 아이들을 웅변학원에 보내는 정도가 스피치 교육의 다였다. 그러나 2000년 이후 들어서는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훈련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분야에 전문가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더불어 대학 평생교육원이나 사설학원에 스피치 과정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왜 사람들이 말을 잘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나.

 “인간은 언어의 동물이다. 말로 소통하고 역사를 만들어 간다. 특히 인류가 발달할수록 단순히 의사를 교환하는 것뿐 아니라 효과적으로 의사를 전달하고 상대를 설득해야 할 일들이 많아졌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대화는 줄어들 것 같지만 말의 위력은 갈수록 더해진다. 회사에서 팀 별 회의를 할 때나 사업과 관련해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나 말로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어떻게 하면 좀 더 말을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욕구가 강해졌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한 때 관심을 끌던 스피치 교육이 시들해진 이유는 또 뭔가.

 “앞서 말했듯이 어떻게 하면 말을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욕구는 변함이 없다고 본다. 그러나 과거의 스피치 교육은 테크닉 위주로 진행됐다. ‘말을 잘 한다’는 의미를 포장을 잘하는 과정 정도로 생각한 것이다. 스피치 교육은 스스로 자신에게 정직해지는 방법을 훈련을 통해 배우는 과정이다. 내 안에 있는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교육의 본질에 대한 고찰 없이 말하는 기술만 가르치다 보면 만족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나사렛대 스피치 과정은.

 “단계별 수업이 진행된다. 처음엔 교양화법을 배운다. 지적으로 말하기 훈련이다. 많은 지식이 있어야 교양 있게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 대화상대가 나를 교양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억지로 쌓아 놓은 지식을 논리적으로 늘어놓는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 상대의 말을 최대한 경청해 들어주는 것부터 시작된다. 말을 많이 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된다. 교양화법 커리큘럼 중에 남의 말을 3시간가량 인내 하면서 듣는 훈련과정이 있는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다음은 어떤 단계가 있나.

 “다음 단계는 좀 더 세분화해 강의가 진행된다. 정치를 하려는 사람은 정치연설반에, 사업을 하는 사람은 비즈니스 반에 들어가 좀 더 구체적인 말 잘하는 법을 공부하게 된다.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말하는 방식도 남의 말을 듣는 방법도 달라야 하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맞춤형 교육을 하는 것이다.

-말을 잘하기 위해 가장 먼저 갖춰야 할 덕목이 있다면.

 “상대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상대를 이해시키고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상대의 마음을 타고 들어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상대의 마음의 문을 닫고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화려한 수사를 동원한다 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마음을 다루는 기술부터 익혀야 하는 이유다. 성격은 못 고쳐도 성질은 다룰 수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몇 가지 조언한다면.

 “내용을 설명하려 하지 마라. 많은 말보다 좋은 이미지를 먼저 전달하려고 노력하라. 내용 설명은 상대가 마음 문을 연 뒤에 해도 늦지 않다. 좋은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말 보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 다음은 음색과 톤이다. 상대를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음색과 목소리 톤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의욕이 앞서면 상대의 말을 듣지 않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된다. 이러면 상대는 나를 파트너로 보지 않고 호시탐탐 먹잇감을 노리는 경계 대상으로 인식하게 된다. 내 말보다는 상대의 말에 ‘아하! 그렇군요’하고 추임새부터 넣는 훈련을 하도록 하라.”

-유력 정치인들의 연설원으로 이름이 알려졌다고 들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정치인들의 연설원으로 활동했다. 정치적인 이념을 떠나 연설원으로 활동하면서 한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말 보다 대중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잘났어도 국민이 들어 주지 않으면 훌륭한 정치인이 될 수 있겠나? 우리나라 모든 정치인들이 국민이 무슨 말을 듣고 싶어하는지 늘 살펴주길 바란다.”

-마지막 한마디.

 “초·중·고교 자녀들과 엄마 또는 아빠와 함께 하는 스피치 과정을 해보고 싶다. 수강생 중에는 가정에 돌아가 학교에서 배운 대로 대화하면서 가정의 행복이 찾아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요즘은 가족 간에도 대화가 없다. 특히 청소년 시기에 자녀들과 시간을 정해놓고 대화하는 부모가 많지 않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청소년문제의 대부분은 부모의 소통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부모와 또는 자녀와 말하기 과정을 운영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택곤 교수 이력

화려한 정치연설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력 정치인들의 연설원으로 이름을 알렸다. ㈔스피치리더십계발학회 회장, 제3세대 네트워크 회장(아동조기행동발달연구회), 한국웅변교육연구학회 총 회장 등을 맡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웅변 역사학, 음성학, 표현학, 태도학 개론, 성공하는 사람을 위한 실전 스피치-교양 화법 등 다양한 교재와 연구 논문을 편찬했다. 지식경제부, 노동부 등 정부부처 공무원과 전국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을 상대로 시피치 리더십 강의를 벌여 국무총리상 등을 수상했다

글=장찬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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