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한주민 불만 반영한 유행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북한 노동당 간부와 부유층 여성들이 남한 화장품과 생필품을 선호하면서 당국 주도의 공적 배급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3일 한국세계지역학회(회장 남궁영) 주관 학술대회 토론에서 “북한 상류층 여성들이 설화수와 궁을 비롯한 남한 화장품을 쓰는 데 망설임이 없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중국 등을 거쳐 북한으로 밀반입된 남한의 생리대는 물론 전기밥솥을 비롯한 삼성과 LG의 가전제품이 북한 고위층과 부유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들이 2009년 11월 화폐개혁 당시 달러나 위안화를 숨겼던 권력층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신의주 수해 때 북한에 지원한 컵라면 300만 개가 국영상점에서 팔린 일도 있었다”며 “월급을 3000~4000원 받는 북한 주민들이 500원 하는 컵라면을 사 먹고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에 ‘마이카’ 시대와 유사한 ‘마이 바이시클(my bycycle)’족도 생겨났다고 한다. 김 교수는 “한 대에 100달러 이상 하는 자전거를 자가용처럼 사용하기 위해 당국에 등록하고 면허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사회 분위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물·안·지’라는 말이 나타났다고 한다. 김 교수는 “‘물’은 뇌물을 의미하고 ‘안’은 당간부나 공안기관 관계자와의 친분을 의미하는 안면을, ‘지’는 노동당의 지시를 의미한다”며 “당의 지시가 뇌물이나 안면보다 덜 중요한 후순위라는 점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또 경제난으로 ‘3가지 ㄹ’이란 유행어도 생겼다며 “쌀과 불·물을 의미하는데 최근에는 주민 불만까지 포함해 ‘4가지 ㄹ’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후계자 김정은이 군 원호비 모금을 금지시켜 군 안팎에서 ‘강하게 영양실조가 걸린 군’이란 의미의 ‘강영실’이란 조롱도 번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영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