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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원자재 펀드 247개, 금 펀드 연 30% 수익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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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호 24면

“집에 설탕 단지가 있다면 당장 채워 둬라. 금값은 10년 내 온스당 최고 2000달러를 넘어서고, 유가도 향후 10년 이상 오른다.”

짐 로저스 따라잡기 금·원유·농산물 간접투자법

‘상품(Commodity)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Jim Rogers·사진)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한 달에 한 번꼴로 미국 CNBC 방송에 출연해 남긴 말이다. 그는 “상품시장은 앞으로 상당기간 불마켓(Bull Market·강세장)을 유지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의 예상이 맞으리란 보장은 없지만 최근 인플레 우려 속에 주요 상품(원자재)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특히 금·원유·농산물 등 상승세를 주도하는 ‘생활밀착형’ 3대 상품은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와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 따르면 6일 기준으로 지난 1년간 옥수수 가격이 120.2% 오른 것을 비롯해 금(28.4%)과 원유(26.7%)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로저스가 자신의 이름을 따 만든 로저스국제상품지수(RICI)는 상품 투자의 대표 지수로 자리 잡았다. RICI는 1년간 32.5%나 올랐다. 이 지수는 에너지(원유· 천연가스·난방유) 44%, 농산물(곡물·기호품·가축 등) 35%, 금속 21%(귀금속·비철금속)의 비율로 구성돼 있다.

로저스의 말에 귀 기울이는 투자자라면 직접 현물을 사지 않더라도 큰 품을 팔지 않고 살 수 있는 간접 투자 수단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원자재 펀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월 현재 국내에서 투자할 수 있는 원자재 펀드는 총 247개다. 대상별로는 금 펀드(45개)가 가장 많고, 농산물 펀드(39개)와 원유 펀드(13개)가 뒤를 잇는다.

펀드 전문가들은 원자재 펀드는 선물 및 관련지수에 투자하는 파생형인지, 관련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인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래에셋맵스 권영일 채널마케팅팀장은 “안정성을 추구하는 성향의 투자자라면 지수를 추종해 변동성을 줄이는 파생형이 맞고,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예상해 큰 폭의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는 주식형이 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 펀드의 종류를 보면 ‘KB스타골드펀드’는 금 관련 선물과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고, ‘미래에셋맵스인덱스로골드펀드’는 5개 ETF에 나눠 투자한다. 반면 ‘IBK골드마이닝펀드’는 금·은·다이아몬드 등 광물개발기업 주식에 투자한다. 최근 1년 수익률은 파생형이나 주식형 모두 20~30%대를 기록하고 있다.

농산물 펀드는 파생형 수익률이 연 50~60%대로 10~20%대의 주식형을 압도한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이승제 연구원은 “농산물 가격의 급등세를 관련기업의 실적이 곧바로 따라가지는 않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원유 펀드는 대부분 서부텍사스유(WTI) 선물에 투자하는 파생형으로, 연초 대비 9~13%의 수익을 내고 있다.

어느 한 가지 상품에 ‘베팅’할 때 따르게 마련인 리스크를 줄이길 원한다면 여러 상품에 나눠 투자하는 복합투자펀드를 선택할 수 있다. ‘미래에셋맵스로저스커머디티인덱스펀드’는 RICI를 따라 40여 개 품목의 원자재에 투자한다. ‘JP모간천연자원펀드’처럼 금·석유·가스 등을 탐사 및 개발하거나 가공하는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도 있다.

주식시장에서 실시간 거래를 원하는 투자자에겐 원자재 ETF가 어울린다. 파생형 원자재 펀드와 유사한 구조로 만들어졌지만 상장돼 있다는 점이 다르다. 국내 증시에는 ‘TIGER원유선물 ETF’ ‘TIGER농산물선물 ETF’ ‘HIT골드ETF’ ‘KODEX골드선물(H)ETF’ 등 4개가 상장됐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이석진 자산전략팀장은 “국내에는 원자재 선물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아 생소하지만 원자재의 중요성이 강화되면서 점차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생결합증권(DLS) 형태로 원자재의 선물·옵션에 투자할 수도 있다. ‘금 DLS’ ‘원유 DLS’ 등 개별 품목은 물론 ‘금·원유 DLS’ ‘원유·원당(설탕원료) DLS’ 등 복수의 품목에 투자하는 것도 있다. 만기를 정해놓고 최초 기준가격과 만기 때 예상가격 내에서 해당 상품가격이 움직이면 30~40%의 약속한 수익률을 지급하는 구조다. 보통 증권사에서 1인당 100만원 이상, 총한도 100억 또는 200억원 등의 조건과 기간을 내걸고 청약인을 모집한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DLS는 원금보장형을 선택하면 손실 낼 우려를 덜 수 있다. 다만 수익률 상한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원자재 상승률을 더 높게 예상하는 투자자에게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원자재 지수연계예금(ELD)도 최근 유가·금시세 등에 연동한 상품이 많다. 1인당 한도와 만기 시 예상 수익률 제공, 원금 보장 등에 있어 DLS와 비슷한 구조로 설계돼 있다.

원자재를 직접 사는 방법은 사실상 금이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승제 연구원은 “외국의 투자은행(IB)은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유조선에 원유를 사놓은 사례도 있지만 개인이 IB처럼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신한·국민·기업은행 등은 달러로 표시되는 온스당 국제 금시세를 g당 원화로 환산해 통장에 금액과 무게를 적어주는 금 예금을 판매한다. 예컨대 신한은행 ‘골드리슈’는 연 수익률 22%를 기록해 시중 예금금리 4~5%를 크게 앞선다. 금 예금은 환매 시 ‘골드바’ 형태의 실제 금으로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골드바를 받아가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 신한은행 상품개발부 문성원 과장은 “실물로 가져가면 10%의 부가세를 내야 하는데다 집에 보관하기도 어렵고 은행 대여금고도 한정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금·원유·곡물 등의 가격이 급등했더라도 상품 투자는 어디까지나 주식·채권이라는 핵심투자 대상을 보완하는 역할에 한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나대투증권 김대열 펀드리서치팀장은 “상품은 주로 선물시장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투기 수요가 많고 변동성이 크다. 전체 투자 자산의 10% 수준이 적당하다”고 말했다.

향후 상품가격 추이와 관련해 동양종합금융증권 이석진 자산전략팀장은 “원유는 중동 사태로 상반기까지 상승 가능성이 있고, 금은 달러화 가치 하락에 따른 안전자산 부각 효과로 향후 2~3년은 상승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라며 “농산물의 경우는 전 세계적인 식량난 우려로 장기적으로는 상승 기조가 살아있지만 지난해부터 워낙 많이 올라 가격이 부담스러운데다 기후변화 등 불확실한 요소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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