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가정법원 11일 문 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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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이혼소송중인 이모(40)씨 부부는 자녀와 함께 부산시 인재개발원 생활관에서 1박2일 동안 열릴 예정인 ‘이혼에 대비한 가정 캠프’에 참가할 예정이다.

 이 캠프는 부산가정법원이 부산시 건강가정지원센터에 의뢰해 운영하는 것이다. 이혼가정이 겪어야 할 어려움을 이겨내는 방법을 지도한다. 특히 초등학생 자녀들에게는 심리검사를 한 뒤 적절한 상담도 곁들인다. 부모들은 이혼이후 자녀의 심리적 상태에 대해서도 배운다.

 11일 개원하는 부산가정법원이 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가정법원은 서울가정법원뿐이었다. 이번에 대법원은 50년 만에 부산·대구·광주·대전에 가정법원을 설치한다. ·

 지금까지 부산지법 가정지원으로 있을 때는 가정 구성원 간의 분쟁을 해결하고 권리를 찾아주는 사법적 해결에 주력했다. 하지만 가정법원으로 승격되면 치유의 개념을 도입해 가정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지향한다.

 부산 가정법원에는 11명의 판사가 배치돼 합의부와 항소부 각 1개, 가사단독 5개, 소년보호 3개 등 모두 10개 재판부가 설치된다. 전문조사관 7명이 배치돼 이혼 소송가정과 소년범들에 대한 전문적인 조사와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단독판사에 의한 1심 판결에 불복해 2심을 제기하면 부산가정법원이 맡기 때문에 세심한 판결이 가능해 졌다. 면접교섭(양육하지 않는 부모와 자녀가 만나는 것)실도 설치됐다.

 소년보호사건은 비행소년의 보호와 후견역할까지 맡는다. 지금까지는 비행 소년에 대한 처벌위주로 재판이 진행됐다.

 보호처분 대상 소년사범은 100여명의 자원보호자에게 맡긴다. 자원보호자는 가족의 보호를 기대할 수 없는 소년들의 신병을 인수해 가족처럼 보살핀다.

 소년사범들에게 화해권고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보호처분을 내리기 전에 가해자와 피해자가 만나 화해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정신질환이 있거나 심리상담이 필요한 소년들에게는 정신과 전문의· 심리학자 등 14명의 전문가들이 상담과 치료를 병행한다. 부산시내 22개 상담기관과 연계해 맞춤형 상담도 받게 할 예정이다.

 부산지법 전지환 공보판사는 ”어느 한쪽의 잘못을 따지는 종래의 사법절차로는 가정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었다. 가정법원은 복잡해진 가정문제를 전문적이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부산지역은 가사·소년 사건이 연간 1만 6000여 건으로 4만 2000여 건인 서울에 이어 전국 2위다. 하지만 부산지법은 인력부족으로 제대로 된 사법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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