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보통신업계 전략적 '짝짓기' 급가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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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정보통신업계에 20세기 막바지 인수.합병(M&A)열기가 한창이다. 새해는 본격적인 정보통신시대의 원년(元年)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곧 뜨겁게 펼쳐질 디지털.인터넷 전쟁에 대비한 전열정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M&A에서 소외돼왔던 중견업체간 생존을 위한 전략적 제휴에 가속도가 붙은 것이 특징적이다.

노르웨이 정보통신그룹 계열사인 텔레노 아일랜드는 지난 27일 아일랜드의 통신 네트워크 업체인 이셋 텔레콤을 19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텔레노측은 내년 1월 14일까지 이셋 이사회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적대적 인수에 나서겠다는 최후통첩까지 곁들였다.

텔레노 아일랜드 외에 영국의 브리티시 텔레콤(BT)과 스웨덴의 텔리아도 이셋 텔레콤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이셋 텔레콤에 눈독을 들이는 업체가 많은 것은 무엇보다도 아일랜드의 무선통신 가입자와 인터넷 인구(지난 10월 현재 44만명)의 증가속도가 각각 월 평균 10%를 넘을 정도로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유럽시장을 선점해야만 새천년에 '공룡' 미국 업체들에 맞서 생존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최고 인터넷 서비스업체(ISP)중 하나인 티스칼리는 지난주 프랑스 초고속 통신업체인 넷츠와 인터넷 업체인 에이 텔레콤을 1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 이탈리아에서 무료 인터넷 접속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티스칼리는 이번 M&A의 목적을 "프랑스 인터넷 시장을 선점하고 여세를 몰아 세계 인터넷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첫 수순" 이라고 밝혔다.

전자.엔지니어링 그룹인 독일의 지멘스도 지난 28일 자국 무선통신업체인 로버트 보쉬를 인수하기 위해 양사간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고 밝혔다.

세계최대 무선통신 단말기 제조업체인 핀란드의 노키아에 대항해 무선통신 단말기 시장을 양분하기 위한 포석이다.

지멘스는 현재 연간 6백50만대인 무선단말기 생산대수를 2000년에는 2천만대로 늘려 노키아의 3천8백만대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영국의 BBC방송은 지난 28일 "세계 정보통신업계의 혁명적 발전속도를 감안할 때 2000년 1년의 승부가 21세기 정보통신업계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에 관련기업간 막바지 M&A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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