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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사들이 외면하는 우즈 “난 아직 전성기 지나지 않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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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마스터스 개막을 이틀 앞둔 5일 밤(현지시간) 오거스타에는 폭풍이 일었다. 번개는 날카롭게 하늘을 갈랐고 천둥은 세찬 비와 함께 코스를 흔들었다.

 오거스타의 융단 같은 페어웨이와 그린은 폭풍을 이겨냈지만, 매그놀리아 레인의 나무 하나가 뿌리째 뽑혔다. 매그놀리아 레인은 목련이 늘어선 길이라는 뜻으로 오거스타 클럽하우스로 들어가는 진입로를 말한다. 오거스타, 즉 마스터스라는 성스럽고 신비로운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클럽하우스로 들어가는 골퍼들의 희망을 상징하는 말이다.

 필 미켈슨은 “오래된 목련의 뿌리가 뽑힌 것이 가슴 아프다. 매그놀리아 레인으로 들어올 때마다 뭉클한 감정이 생기곤 했다. 오랫동안 코스를 지키던 유서 깊은 61그루의 목련이 이제 60그루로 줄었다”고 아쉬워했다.

 타이거 우즈는 감상적이지 않았다. 우즈는 “매그놀리아 레인이나 연습장, 1번 홀 티잉그라운드로 가는 길을 걸을 때도 흥분이 된다. 그러나 매그놀리아 레인을 운전해 들어가는 것은 사실 그냥 나무를 보는 것에 불과하며 내 마음속에 진정 불이 붙을 때는 코스를 마주하고 섰을 때”라고 말했다. 그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은 마스터스로 가는 진입로가 아니라 메이저대회 우승컵, 그 자체다.

 오거스타를 휩쓸고 간 폭풍처럼 7일 개막하는 75회 마스터스에는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골프 황제 우즈는 도박사들의 주판 속에서 97년 이후 14년 만에 우승 후보 1위에서 밀려났다. 97년 만 스무 살의 나이로 다른 선수들과는 차원이 다른 골프를 하면서 12타 차로 우승한 우즈의 카리스마는 이제 효력을 잃은 듯도 하다. 2005년 6월 12일부터 2010년 10월 31일까지 무려 281주 동안 ‘No.1’ 자리를 지켰던 우즈는 현재 세계랭킹 7위까지 떨어졌다. 도박사들의 관심은 미켈슨 쪽으로 기울었다. 지난해 그린 재킷을 입은 미켈슨은 오거스타에서는 꾸준한 성적을 냈고, 지난주 우승까지 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우즈는 이제 도전자다. 그러나 기자회견장에 앉은 우즈는 여유가 있었다. “올해 일관성 없는 경기를 했기 때문에 우즈가 우승은커녕 5위 안에 들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이언 폴터의 말에 우즈는 “폴터의 말은 항상 맞지 않았느냐”고 웃어 넘겼다. 봄의 축제 마스터스에 참가한 대부분의 선수가 들뜬다. 하지만 지독한 슬럼프를 겪은 우즈의 얼굴에서 오랜만에 나온 웃음은 코스에 활짝 핀 꽃들처럼 신선했다.

 누군가 “우리가 타이거 우즈의 정점을 봤느냐”고 물었다. 전성기를 지났느냐는 질문이었다. 우즈는 “아니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그 말에 책임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자신을 믿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 당신들도 그런 생각을 가지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해야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메이저대회 최다승 기록을 깨겠다는 생각에도 변함이 없냐는 질문에 우즈는 “분명히 나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18(잭 니클라우스의 최다승 기록)에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반복되자 그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오거스타=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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