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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고철값이 뛰는 이유는?…수출목표 채우려는 무역기관이 고철 싹쓸이하기 때문

중앙일보

입력

올 3월 말 북한 양강도 삼수군 범포리 기계화 작업반에서 일하는 심씨 형제가 농기구 창고를 턴 혐의로 체포됐다. 이들은 지난 2년간 호미ㆍ보습ㆍ작두와 탈곡기 리대(체인) 등을 훔쳐 팔아치웠다. 이에 앞서 2월엔 함경북도 연사군 농기계작업소에서 수리를 위해 분해해 놓은 2대의 탈곡기 부품들이 통째로 사라졌다. 이렇게 훔친 것들은 국경지대에서 고철로 팔린다. 농사철을 앞둔 북한 당국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농사에 농기구를 동원하기도 해야 하지만 중장비가 부족한 북한에선 농기계가 도로공사 등에서 없어서는 안될 장비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민보안부가 농기구와 농기계를 훔쳐가는 이들에 엄벌을 처한다는 통지문을 각 협동농장들에 배포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일 보도했다. RFA에 따르면 최근 북중 국경지역에선 고철이 높은 값으로 거래되고 있다. 고철 1kg당 가격이 720원 수준이다. 일반 주민 평균 한 달 월급의 1/5에 해당된다.

생필품을 구할 여력이 없는 농민들은 호미ㆍ괭이ㆍ보습 등 농기구를 훔쳐 팔거나 트랙터ㆍ탈곡기 등 농기계를 분해, 부품을 떼어내 밀수꾼에게 넘기고 있다. 한 소식통은 “협동농장마다 농기구가 턱없이 모자라 당장 지금부터 어떻게 농사를 지을 지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해마다 3월 중순에 진행되던 ‘농기구전시회’도 올해에는 농기구가 모자라 무산됐다”고 말했다.

RFA는 북한 내 소식통을 인용해 “북 당국이 무역기관에 지나치게 높은 수출과제를 주는데, 이들이 딱히 돈 될 만한 거래품목을 찾지 못해 고철에 눈을 돌렸다”고 주장했다. 무역기관이 고철을 사모으면서 고철 값이 뛴 것이다. 북한당국이 2007년 고철을 불법으로 중국에 넘긴 청진시 남강무역을 적발해 사장을 처형하는 등 강하게 통제하고 있지만 목표치에 쫓긴 무역기관의 교묘한 편법을 완전히 막지는 못하고 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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