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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칼럼] B형간염 보유자는 모두 간암이 될까?

중앙일보

입력

건강한 간 이야기

심규식내과
심규식 원장

아무리 의학이 발전했다고 해도 ‘암’을 선고받고서 태연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암을 극복한 사례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암은 여전히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는 질환이다. 통계청에서 2009년에 발표한 사망통계 원인 발표를 보더라도, 암은 40대 이상에 해당하는 모든 연령에 있어서 제 1의 사망원인이다. 암 중에서는 폐암이 가장 많아 인구 10만 명당 30명의 비율로 사망하고 있고, 그 뒤를 잇는 것이 간암으로 10만 명당 22.6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국가는 국가암조기검진 사업을 벌여, 5대 암으로 간암, 위암, 폐암, 자궁경부암, 유방암을 선정하고 보다 많은 사람이 조기에 질환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 중 가장 검진 참여율이 떨어지는 것이 간암이다. 다른 암이 특정 나이 이상의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간암은 만성간염보유자와 간경변증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하고 있을 정도로 구체적인 사업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진 참여율이 낮다. 이는 간암 치료에서 조기진단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결과로 생각된다.

간암 검진 대상자가 만성간염보유자와 간경변증 환자 등으로 구체적인 이유는, 간암의 70%가 만성B형간염 보유자에게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만성B형간염 보유자 중 15~25%는 별 다른 증상이 없이 심각한 간질환으로 발전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 외 만성C형간염, 알코올성 간질환등도 간암의 원인이므로 정기검진이 요망된다.

그렇다면 만성B형간염환자는 모두 간암이 될까? 물론 절대 그렇지 않다. B형간염 바이러스가 감염되면, 신체는 별 다른 이상을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바이러스가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시작된다. B형간염 바이러스는 우리 몸 속에 들어와서도 가만히 ‘잠복’한 상태를 유지한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폭발적으로 바이러스가 증식을 하며 활발히 활동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활동을 시작하면 우리 몸의 면역체제가 이를 알아채고 바이러스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만성 B형간염환자의 면역체계는 바이러스만 골라서 공격하지 못하고 바이러스가 들어 있는 간세포를 공격함으로써 간의 염증은 지속되지만 바이러스는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는 상태(만성간염)가 된다. 이 시기에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간세포가 파괴되어 딱딱하게 굳는 간경변증이 되고 일부 환자에서는 간암이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B형간염환자는 정기검진을 받아야 적절한 시기에 간염을 치료할 수 있고 또한 간암의 발생도 초기에 진단하여 치료할 수 있다..

검진은 크게 혈액검사와 초음파검사로 한다. 혈액으로는 간의 염증수치를 포함하는 ‘간기능검사’와 바이러스의 증식여부를 알 수 있는 ‘바이러스 수치 검사’ 그리고 간암의 보조진단법인 ‘간암표지자’ 검사를 한다. 초음파검사는 간의 형태를 보는 검사법으로 간경변증이나 간암의 발생을 알 수 있다. 간혹 환자 중에는 혈액검사가 더 정확한지 초음파검사가 더 정확한지 물어보는 분이 있는데 2가지 검사가 각각 간의 다른 측면을 검사하므로 2가지 검사를 모두 받아야 간의 정확한 상태를 알 수 있다.

다음은 필자의 환자 중 한 예이다. 12년 째 간경변증이 동반된 만성B형간염으로 진료받던 55세의 남자환자이다. 어느 날 정기검진 결과에서 간암표지자 수치가 이전과 달리 급격히 증가되어, 바로 간초음파를 실시했고 그 결과 이전 검사에서 보이지 않던 가로 1.7cm, 세로 1.7cm의 종괴가 발견되었다. 정밀검사를 거쳐 간암으로 최종 진단을 받았다. 대학병원에 전원되어 성공적으로 수술을 받았고 완치를 기대하는 희망적인 상황이다.

또 다른 환자도 정기검진을 통해 조기에 간암을 진단받아 완치했다. 69세의 여자 환자로 2년전부터 B형간염으로 인한 가벼운 간경변증 상태였는데, 정기검진을 받던 중 간초음파 검사에서 이전에 보이지 않던 가로 2cm, 세로 2.2cm의 종괴가 발견되었다. 정밀검사 결과 간암으로 진단되었고, 나이와 간기능 상태를 고려하여 고주파를 이용한 소작술로 간암을 제거하였다. 현재 수술 후 2년이 지났지만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위의 예들은 이미 간경화증이 온 상태에서 정기검진을 통해 간암을 초기에 치료한 예들이다. 그러나 정기검진은 만성간염상태에서 더 중요하다. 정기검진을 통해 적절한 시기에 항바이러스 치료를 하면 간경변증 및 간암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와 같은 검사들은 꼭 대학병원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집 근처 동네의원이라도 잘 훈련된 내과 전문의가 있는 곳이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런 사실을 명심하고 만성 간질환 환자는 적어도 3 ~6개월마다 꼭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

심규식내과 심규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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