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교육칼럼] 우리 아이들은 행복하게 공부할 권리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9면

이윤석
‘공부습관트레이닝 주인공’
불당센터장

우리 아이들은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12년간 ‘학생’으로 살아가면서 기본 교육을 받지만, 행복을 추구할 권리마저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의 행복을 억압하거나 박탈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비록 부모라 하더라도 아이들의 행복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적극 도와야 한다.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잘 도와주는 것일까?

우산 전략(umbrella strategy)을 사용하라

‘우산 전략(umbrella strategy)’을 사용해 보자. 부모가 일일이 세세한 것 같지 가르치고 지적하기 보다는 기본적인 원리·원칙과 범위만을 제시해주고 자율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 보자. 부모가 일일이 간섭하다 보면 아이의 학업 성취도는 갈수록 떨어지기 마련이다.

 내가 사용하는 방식이 우산 전략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아이가 스스로 학습 일정을 쉽게 말하고, 학습 방법과 학습량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면 우산 전략이 쓰이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부모가 아이의 학습 일정과 학습 방식을 아이보다 더 잘 설명한다면 둘 중 하나다. 부모가 학습 전문가이거나 아니면 아이를 공부의 악순환 속에 넣어 굴리고 있는 것이다. 우산 전략을 써서 아이들을 방목하라. 이것이 아이들을 건강하게 만든다.

공부에도 때가 있음을 알려주어야 한다

모든 일에, 특히 공부에 때가 있음을 알려 주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중학교 시절은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시기이다. 고등학교 시기에는 공부해야 할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이 갈린다. 그러므로 중학교 시기가 가장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한 첫 해가 가장 중요하다. 이때가 되면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드디어 ‘많이 공부해야 하는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그리고 1년을 주기로 겨울방학, 1학기 중간시험, 1학기 기말시험, 여름방학, 2학기 중간시험, 2학기 기말시험이 반복되는 패턴에 익숙해져야 한다. 방학 때 할 일이 있고 학기 중에 할 일이 있다. 이것을 혼동하면 좋은 성과를 내가 어렵다.

보다 효과적인 학습법을 알려주어야 한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공부를 효과적으로 하고 있는 지 살펴 봐 주어야 한다. 이른바 ‘공신’(공부의 신)들은 공부의 능률을 올릴 수 있는 자기만의 비법들을 가지고 있다. 학교에서는 그런 것을 다 가르쳐 주지는 않는다. 아직도 한 반 학생 수가 30명을 넘어간다.

  학생 개개인의 공부 방법까지 학교에서 돌봐줄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중·고등학생들은 나름대로 생각들이 있기 때문에 학교 선생님의 지도가 쉽지 않다. 공부를 잘 하는 범용적인 원리들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각자에 적합한 학습법을 찾고 알맞게 습득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그냥 열심히 하면 되겠지 하다간 후회하기 십상이다. 학습 능률 향상의 목표는 직장인들이 주5일 근무하는 것처럼 아이들도 주5일 공부해도 기대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수준이면 좋겠다.

일러스트=김영주


공식적으로 놀 수 있는 여유시간을 주어야 한다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공식적으로 놀 수 있는 여유시간’을 주어야 한다. 요즘 다수 학생들이 겪는 문제는 놀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종합학원을 다니면 토요일, 심지어 일요일까지 학원에 나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영어 수학 단과 학원을 다닌다 해도 넘쳐나는 숙제를 하느라 놀 시간이 없다.

 아이들도 지적인 존재이고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힘들면 편법 또는 반칙을 쓴다. 예를 들어 공부하는 시간을 대충 때우거나 수학 숙제를 할 때 실제 풀지는 않고 답만 찍어서 표시해 가는 식으로 자신을 보호한다.

  그 외에도 각종 ‘딴 짓’을 하기 때문에 공부 시간의 집중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의외로 많은 학생들에게 이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왜 그럴까? 아이에게 노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놀 수 있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공부시간에 어떻게라도 놀아보려고 하는 것이다.

  특히 중학생, 고등학생이 될수록 공식적으로 놀 수 있는 여유시간을 확보해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여유시간이 아이들의 긴장과 쌓인 피로를 풀어주어 공부의 효율을 높일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건전하고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주여야 한다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건전하면서도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 공부의 성과가 한 두 달에 나오기를 기대하지 않아야 한다. 장기적인 성과 향상을 기대해야 한다. 아이가 뭔가를 결정해서 하려고 할 때마다 ‘뭔가 2% 부족해’라면서 아이의 결정에 약간의 불신을 표현하는 어떤 학부모가 있었다.

  매사에 그런 식이었는데 그 학생은 무슨 일을 해도 자신감이 100% 있지 않았고, 어떤 일도 한 결 같이 오래 지속하지를 못했다. 그래서는 안 된다. 어떤 학부모는 ‘성적이 중요한 게 아니야’라는 나름대로 건전할 것 같은 메시지를 일관성 있게 줘 왔지만, 아이가 시험에 대비한 공부를 하도록 전혀 지도하지 않아 시험이 다가와도 평상시와 같은 강도와 방식으로 공부하다가 그냥 몸만 가서 시험을 치르도록 하기도 한다.

  학생에게 시험이라는 특별 이벤트가 일 년에 4차례 주어지는 것은 어떤 일을 시간을 두고 미리 준비하는 것을 훈련시키기 위한 것이고, 결정적인 이벤트를 잘 치르도록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한 것이다.

  시험 준비를 소홀히 하고 시험 치르는 일을 잘 못 하는 학생은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무슨 중요한 일을 할 때도 근성 없이 대충 하는 습관이 만들어지게 된다.

아이를 믿어주어야 한다

초등학생 때는 석차가 없다가 중학교 1학년 1학기 중간고사를 보고 나면 처음으로 석차가 나온다. 요즘은 초등학교 시험 문제가 쉽게 출제되어 평균 90점 정도 맞으면 석차로는 중간 정도가 된다.

  초등학교 때 평균 90점이 나오던 아이가 중학교 첫 시험에 전교생 400명 중 200등이라는 석차가 나온 성적표를 갖고 오면 부모들은 깜짝 놀라게 된다. ‘초등학교 때 공부 잘 했는데 어떻게 200등이 나오지?’ 혹 자녀가 아직 중학생이 되지 않은 부모님들 또는 이제 중학교에 입학한 자녀를 둔 부모님들께서는 마음의 준비를 하시기 바란다.

  중학교, 고등학교에 갈수록 아이의 역량에 상응하는 시험 성적이 나올 것이고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은 원래 적다는 것을. 그러나 아이들마다 각자 잘 하는 것을 분명히 가지고 있고, 그걸 가지고 장차 세상을 헤치며 살아나갈 것이라는 것을. 그렇게 부모들이 아이를 믿어주어야 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믿음 만큼 성장한다.

이윤석 센터장 약력

·인문경영연구소장
·고전학습공동체 대표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삼성SDS 책임컨설턴트
·전 중앙대학교 입학사정관

이윤석 ‘공부습관트레이닝 주인공’ 불당센터장
일러스트=김영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