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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후진타오가 자랑한 ‘국가자본주의’의 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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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장

1989~2009년의 20년 사이에 우리와 주변 국가들의 경제성장 속도를 비교해 보면 명목 GDP 기준으로 우리가 3.5배, 일본이 1.6배인데 비해 중국은 10배 수준으로 성장했다. 특히 중국은 후반 10년 동안 성장에 엄청난 가속도가 붙어 경제규모가 무려 5배나 급증했다. 불과 10년 전 일본의 5분의1 수준이었던 경제규모가 지난해에는 오히려 일본을 추월하고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최근 20년간은 세계 각국의 경제가 무역과 투자 등의 자유화를 통해 이른바 세계경제의 통합이라고 하는 기업들의 입장에서 볼 때 그야말로 글로벌 경쟁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국내외적인 경쟁이 치열해지고 외부의 환경변화에 민감해진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여타 국가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지속적으로 빠르게 중국 경제가 성장해 온 사실을 고려해 볼 때,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서구형의 기업자본주의 경제체제보다는 중국의 국가자본주의 경제체제가 글로벌 경제환경하에서 경제성장에는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이 나올 법도 하다.

 실제로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지난해 중국 개혁개방의 시발점이 된 도시인 선전에 가서 연설하는 도중 과거 30년 동안을 회고하면서 이른바 중국 특색의 기본체제 속에서 개방과 시장경제적 수단의 도입을 통해 중국 경제가 성공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것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중국의 정치체제와 국가자본주의에 대한 자신감을 대내외에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1980년대 이전 즉 대외 개방이 이루어지기 전의 중국 및 과거 소련의 공산주의 경제체제와 서구의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비교하면서 대부분의 학자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상대적 우월성을 인정했고 소련과 같은 계획경제(command economy) 국가의 비효율성에 대해서는 많은 비판이 있었다.

 실제로 중국이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룬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이 자신의 모든 인적·물적 자원을 다른 나라보다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 게다가 소득의 분배 면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30년간 중국이 개방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대내외적인 환경변화를 겪으면서도 거시경제적인 안정 속에 급성장을 지속적으로 달성한 것은 놀랄 만한 일이다. 이는 아직도 15년 전인 1995년의 명목 GDP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일본과는 크게 대비가 된다.

 일본은 성장이 정체되면서 경제적인 낙오자들이 양산되고 계층 간 소득격차가 심화되면서 비정규직 문제 등 사회적 갈등요인이 부각되기 시작하는 등 성장 정체에 따른 후유증을 앓고 있다. 이는 과거 공항이나 도로 등 지역사회의 기반시설 등과 관련된 정부의 투자예산에 정치권이 개입해 비효율적인 자원배분을 초래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에는 복지예산에 대한 정치적 개입을 통해 미래의 성장잠재력을 잠식하고 재정적자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판과도 무관하지 않다.

 만약 지난 10년과 같은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된다고 단순 가정하면 중국의 경제규모는 우리의 20배, 일본의 5배가 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가령 중국의 산업표준이 아시아의 표준이 되는 등 중국의 역내 영향력이 돌출할 수밖에 없다. 또한 역사를 돌이켜보면 외교적 발언권은 물론 군사력은 그 나라의 경제규모에 정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동북아 지역에서 경제는 물론 군사·외교 등 안보 면에서 지각변동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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