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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세설(世說)

고유가 파고, 경차로 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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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고윤화
대한LPG협회 회장

유명 연예인이 경차를 탄다고 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사람들은 ‘연예인=외제차’라는 고정관념을 깬 그들의 소탈함에 모두 박수를 보냈고, 친환경 연예인이라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유명인이 경차를 타는 게 그렇게 칭찬받을 일인가. 한국인에게 자동차는 단순한 ‘탈것’을 넘어 신분을 과시하는 사회적 함의가 있다. 그 틀을 벗어던진 연예인의 시도는 가상하지만 우리 자동차 문화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경차에 대한 관심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경차에 대한 관심이 반짝 열풍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고유가는 분명 구조적인 위기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자동차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이러한 위기를 벗어나기 힘들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비결은 경차의 특성에 있다. 경차가 주는 메시지는 간명하다. 에너지를 덜 쓰고(경제성), 쓰더라도 깨끗한 에너지를 써야 한다(친환경성)는 것이다.

 에너지를 덜 쓰기 위해서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이 최고이고 다음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다. 자동차를 꼭 타야 한다면 경차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경차 보급률이 20%에 이르면 원유도입량 700만 배럴을 줄일 수 있어 국제수지가 개선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170만t가량 줄일 수 있다. 깨끗한 에너지로는 태양열, 수력, 풍력 등 이른바 자연 에너지가 최고다. 하지만 아직은 경제성이 부족해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LPG나 CNG 같은 저공해 가스 에너지에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호주 등은 온실가스를 줄이고 대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LPG차 구입 시 보조금을 지급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LPG 경차 가격이 휘발유 경차보다 비싸게 책정되면서 판매가 부진해 도입 취지가 퇴색했다.

 정부는 경차의 인기가 확실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튼실히 해야 한다. 일정 기간 자동차세를 면제하거나, 현행 10%에 불과한 종합보험료 할인 혜택을 늘리는 등 획기적 지원책이 필요하다. 유럽에서는 경차 등 에너지 효율이 좋은 차를 살 때 보조금까지 지급한다.

 경차로 상징되는 경제성과 친환경성은 인간 중심의 교통문화를 만드는 핵심이다. 지구와 미래까지 생각하는 성숙한 자동차 문화야말로 고유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진정한 비결인 셈이다.

고윤화 대한LPG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