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벤처株 거래소 '마더스' 개장

중앙일보

입력

나스닥과 코스닥을 달구고 있는 벤처기업 투자열기가 드디어 일본 열도로 번지기 시작했다.

도쿄(東京) 증권거래소는 22일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새 증권거래소인 ''마더스(MOTHERS) '' 를 개장했다.

이날 마더스에는 인터넷으로 음악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리퀴드오디오 재팬'' 과 인터넷 기술개발업체인 ''인터넷종합연구소(IRI) '' 등 두 회사가 첫 상장됐다.

그러나 ''사자'' 주문만 몰릴 뿐 ''팔자'' 주문이 거의 없어 하루종일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리퀴드의 경우 공모가격은 3백만엔이었으나 매수호가가 6백만엔, IRI의 경우 공모가 1천1백70만엔에 매수호가가 2천70만엔이었다.

이날 기관투자자들보다 개인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사자 주문을 냈다. 매수주문 규모가 상장기업 총 발행주식 수의 약 4배였다.

이에 따라 거래소측은 주가가 너무 폭등해 컴퓨터가 매매주문을 소화하지 못하는 사태에 대비해 5백만엔 이상의 주식에 대해서는 상한가를 통상보다 낮추는 등 지나친 주가 급등을 제한하기로 했다.

또 많은 벤처기업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성장성만 충분하면 적자기업이라도 상장시켜 주기로 했다. 2개월 이상 걸리던 상장 심사기간을 1개월로 단축하고 설립후 1년만 지나도 상장자격을 주기로 했다.

대신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기업 정보의 투명한 공개 차원에서 미국의 나스닥과 똑같이 분기별 결산보고서 공개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마더스는 ''market of the high-growing and emerging stocks'' 의 약자인데 갓 태어난 벤처기업을 어머니처럼 따뜻하게 키워내겠다는 뜻도 담고 있다.

벤처 투자열기는 내년 손정의(孫正義) 사장의 소프트뱅크와 미국증권업협회(NASD) 가 공동으로 ''나스닥 재팬'' 을 개설하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나스닥 재팬은 일본의 벤처기업 뿐만 아니라 5천개에 이르는 나스닥 상장주식까지 도쿄에서 거래되도록 할 예정이다.

달러화로 값이 매겨지는 주식을 엔화로 거래하기 때문에 주가뿐 아니라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까지 져야 하지만 일본에서 마이크로소프트나 인텔의 주식을 직접 사고팔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투자자들이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밖에 일본증권업협회가 지난 63년부터 운영해온 점두(店頭) 시장도 상장기업들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공개기준을 완화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孫사장과 NASD는 2000년 10~12월쯤 런던에 ''나스닥 유럽'' 을 창설, 뉴욕.도쿄.런던을 3대 축으로 전세계 벤처기업의 주식거래가 24시간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성공한다면 벤처기업들을 위한 거대한 국제 통합 증권거래소가 탄생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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