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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인터뷰] 140자로 마음 찌르는 ‘트위터 검객’ … 시골의사 박경철의 SNS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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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본인은 “잘생긴 얼굴도 아니고”라 했지만 이 남자 입을 쳐다보는 사람이 많다. “어눌한 말투에 알아듣기 힘든 억양”이라 겸손해도 그의 강연장에는 사람이 넘친다. ‘시골 의사’(twitter@chondoc)란 필명으로 널리 알려진 박경철(47)씨다. 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쪽에서 우리 시대에 할 말과 해야 할 말을 진중하게 할 줄 아는 대표 인물로 꼽힌다. 외과 전문의로 출발해 경제평론가·칼럼니스트·방송인·작가로 활동의 장을 넓혀온 그는 21만 명이 팔로(follow) 하는 ‘파워 트위터’다. 그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온라인에서 불특정 다수와 관계를 맺도록 돕는 장치들)의 미래를 물었다.

박경철씨가 쌍권총처럼 양쪽 호주머니에서 꺼낸 스마트폰 2대에는 가족 사진과 음식 사진이 가득했다. 스스로를 ‘딸 바보’라 소개한 그는 음식을 멀리해 살을 다시 빼야겠다며 웃었다. [권혁재 사진 전문기자]


-며칠 전 트위터로 하신 여론조사가 화제입니다. ‘지금 이 세 가지를 개혁하면 차기 지도자로 무조건 찍어주겠다’는 가정형 질문이었는데 결과는요.

 “수천 개 리트윗(회신)이 순식간에 쏟아져서 경악을 금치 못했죠. 시민들이 적극적 의사를 표출하고픈 갈망이 엄청나구나, 새삼 확인했습니다. 아무도 안 들어주니까 막막했는데 제 입을 통해서 하면 언론이 기사화할지도 모르고 정치인이 볼지도 모른다는 간절함을 봤어요.”

-대선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그 세 가지를 알려주시죠.

 “제가 더 놀란 건 첫째가 검찰 개혁이었다는 겁니다. 올 들어 한국 사회에 불었던 ‘정의(正義)’ 열풍이 그냥 나온 게 아니란 방증이죠. 사법 정의를 바르게 세워 경제든 정치든 모든 부당하고 죄지은 자들을 정확하게 판단해 달라는 소망입니다. 대중을 얕잡아 보면 큰일 납니다. 심판 없는 경기에 선수만 바꾸어서 뭐하나, 한탄의 소리가 들립니다.”

-교육 문제가 첫째일 줄 짐작했는데, 역시….

 “둘째가 부동산 문제, 셋째가 교육이었어요. 아시다시피 트위터란 게 140자 한정된 짧은 글로 사람 마음을 찔러 감동시키는 매체 아닙니까. 칼 들고 찌르는 게 아니라 툭툭 치는 거지요. 대중 지성이 뜻밖에 무섭다는 걸 지도자층은 알아야 합니다.”

-4월 보궐선거나 내년 총선에서 SNS가 뜻밖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동력이 될 수 있을까요.

 “‘니들만 잘났냐, 나도 이야기 좀 하자’ ‘내 말 좀 들어봐’ 하는 한 맺힌 목소리가 트위터 속에서 울려와요. 그렇다고 보면 SNS가 사회를 바꾸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트위터에서도 험한 말, 정치 선전 등이 난무해서 역기능을 우려하는 걱정도 있습니다.

 “트위터란 게 일종의 침묵의 나선구조라 할 수 있죠. 예를 들어 1000명의 팔로어가 있는데 30명이 동의하고 970명이 침묵했는데도 970명이 동의했다고 착각하는 거죠. 그 순간, 이른바 ‘주장질’이 시작되고 교만해집니다. 경계해야 할 순간이죠. 전 블로그 방문자가 1000만 명이 될 즈음 소통의 창구를 트위터로 바꿨습니다. 제가 감당할 수 없을 지경으로 버거워지면 트위터도 멈출 겁니다.”

-늘 심각한 얘기만 하시는 건 아니던데요. 야밤에 트윗으로 현란한 맛 표현을 즐기며 야식 테러를 하는 이유는 뭡니까.

 “낮에는 저 친구가 무슨 말을 할까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보죠. 밤에는 다같이 재잘거리며 느슨하게 발 뻗고 위로받는 대화가 좋겠다 싶었어요. 고생했잖아요. 20만 명이 동시에 긴장 풀고 행복할 수 있는 주제는? 사랑과 음식이겠죠. 제가 그날 낮에 먹은 1인분 1만원 미만 음식을 소재로 잡아 침 넘어가게 요리합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가 제도권 언론의 기능을 일부 대신할 수 있을까요.

 “스마트폰으로 소통한다면 일단 사회적 호기심이 많은 이라고 봐야겠죠. 그동안 언론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의제를 따라가던 수직구조에서 벗어나 뉴스 생산자가 대강 보아 넘기거나 다루고 싶지 않아 무시한 것들을 거꾸로 던져주는 건 통쾌한 경험이거든요. 정보 권력구조를 전복할 수 있구나 하는 가능성을 엿본 초보 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트위터를 열심히 하는 집단은 정치적 의지가 확고하고 적극적 의사 개진과 자기 확신이 강해서 특히 선거 국면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리라 전망합니다.”

-각 가정이 지고 있는 빚에 대해 기회 있을 때마다 언급하시는 까닭은 가계 부채가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 보시기 때문인가요.

 “빚의 이면을 봐야 합니다. 빚으로 생존하고 있는 우리 사회 구성원의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빚의 성격도 점점 더 나빠지고 있고요. 해법이 있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퍼주자는 것도 아닙니다. 의제로 설정해서 공론으로 논의하자는 거죠. 어떤 분은 그럼 대안을 내놔 봐라 하세요. 왜 제가 내야 하지요. 제 역할은 자꾸 떠들어서 대안을 내놓도록 만드는 겁니다.”

-자식이나 친구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입술이 터지면 아프지만 이로 그 부위를 자꾸 뜯어서 더 터트리게 하는 걸 즐겨요. 아련한 아픔이랄까. 일찍 돌아가신 선친을 향한 것이기도 한데 그리움에 대한 간절함이 있어요. 저 죽고 나서 ‘박경철 그 사람 그립다’ 한마디면 잘살았다 기쁠 겁니다. ”

정재숙 기자

◆박경철=1964년 경북 안동 출생. 89년 영남대 의대 졸업. 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 포커스’와 MBN ‘박경철의 공감 60분’ 진행. 중·고등학교를 포함해 전국에서 들어오는 연 350건 강연 소화. 올 2월 100쇄를 찍은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과 『시골의사의 부자 경제학』 『착한 인생, 당신에게 배웁니다』 등 저술. 현재 안동 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 한국소아암재단 고문, 한국소아당뇨인협회 이사.

스마트폰으로 QR코드 찍으세요. 박경철 인터뷰 동영상이 뜹니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충정로 박경철씨 사무실에서 나눈 대화를 안충기 기자가 아이폰4로 찍었습니다. 스마트폰에서 QR(Quick Response·빠른 응답) 코드 리더기를 작동시킨 뒤 화면 중앙 네모 창에 왼쪽에 있는 QR코드를 맞추면 동영상이 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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