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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동묘지 연상케 하는 민둥산…이곳은 어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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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목이 사라진 허허벌판에 덩그러니 자리잡은 함경남도의 어느 마을


북한 당국이 ‘나무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황토빛 민둥산 때문에 여름에 비만 오면 산사태를 동반한 수해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 중국 사이트에 올라온 함경북도의 민둥산(사진)은 마치 진흙으로 뭉쳐놓은 공동묘지를 연상케 했다. 눈을 크게 뜨고 봐도 나무 한 그루 찾을 수 없었다. 황폐하기 그지없다.

예상대로 2010년 8월 북한에 수마가 덮쳤다. 압록강이 범람해 신의주 일대의 농경지와 주택 대부분이 침수됐다. 조선중앙통신이 이례적으로 피해 사진을 실시간으로 보도했을 정도다. 대홍수를 막아줄 방패가 없으니 나무를 많이 심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내보냈다.

북한은 2011년 한 해 동안 전국적으로 10억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고 했다. 이달 2일 ‘식수절(植樹節)’을 맞아 평양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나무심기를 위한 궐기 모임과 함께 식목행사를 했다고 평양방송이 3일 보도했다. 노동당과 국가의 책임일꾼ㆍ근로자ㆍ청소년ㆍ학생들이 모란봉ㆍ금수산기념궁전 수목원ㆍ 만경대혁명사적지ㆍ보통강혁명사적지 등지에 모여 전국의 산림녹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며 나무심기 운동을 벌였다.

얼마나 심각한 상황일까. 산림청이 지난 2008년 위성영상자료 등을 이용해 조사한 결과 북한 산림 면적 916만㏊의 30%인 284만㏊가 황폐화된 것으로 추정했다. 서울의 47배쯤 이르는 면적이다. 3년이 지난 지금은 더 악화됐을 것이다.

마치 조선시대 무덤 옆에 마을이 있는 듯 하다.


처음부터 북한의 산들이 헐벗은 것은 아니었다. 1970년대 전까지는 푸르고 울창했다. 당시 김일성 주석은 “나무를 베 뙈기밭으로 만들라”고 지시했다. 야산을 개간해 경작을 하면 식량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산사태와 대홍수가 나면서 ‘나무를 베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가 오면서 무차별적으로 벌목이 이뤄졌다. 먹을 것도 땔 것도 없었다. 식량난을 겪으면서 뙈기밭은 주민에게 없어서는 안될 재산 1호가 됐다. 야산은 자취를 감췄고 그 자리에 감자, 옥수수 등을 경작했다. 연료난이 오면서 경유 트럭 대신 목탄차가 달렸다. 추위를 피하기 위해 적지 않은 나무가 아궁이 속으로 들어갔다.

99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북한 당국은 4월 6일이던 식수절을 3월 2일로 옮기고 조림 10개년 계획을 세웠다. 김정숙(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모)이 1946년 이날 평양 모란봉에 올라 산림조성 구상을 제시한 것을 기념한다는 취지를 내세웠다. 시ㆍ군 산림보호소는 뙈기밭의 작물을 뽑아내고 나무를 심게 했다. 그러나 그 다음해 식수절까지 나무가 생존할 리 만무했다. 그러면 또 산림보호소 직원들이 뙈기밭을 갈아 엎었다. 결국 북한의 ‘나무심기’는 악순환을 되풀이해 벌거숭이 산만 덩그러니 남겼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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