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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바닷물서 방사능 … 한국 “일본산 식품 전수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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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홍콩도 일본 해산물 방사능 비상 일본 원전의 방사능 유출로 세계 각국에서 일본산 식품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나라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에서는 지난 14일부터 일본산 수산물의 방사능 함유 여부를 집중 검사하고 있다. 사진은 22일 홍콩의 한 일식당 주방장이 일본산 해산물을 검사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에서 유출된 방사성 물질이 주변 바다에서 대량으로 검출돼 방사능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전 방수구의 남쪽 100m 지점 바닷물을 조사한 결과 방사성 요오드131은 허용치의 126.7배, 세슘137은 16.5배, 세슘134는 24.8배의 농도로 검출됐다고 NHK방송이 22일 보도했다. 또 방사능 오염이 확인된 시금치는 방사성 요오드의 검출량이 5만4000베크렐(㏃·방사성 물질의 방출 능력)에 달했다. 이는 일본보다 엄격한 국내 허용기준(300㏃)에 비해 180배나 높은 수치다.

 방사성 요오드가 음식물을 통해 인체에 흡수될 경우 호르몬 생성과 신진대사 조절을 담당하는 갑상선에 축적돼 암을 유발할 수 있다. 1986년 옛 소련의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에도 수천 명이 갑상선암에 걸렸다. 또 세슘은 다양한 암을 유발할 수 있다.

 원전 주변 바다가 방사능에 오염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해산물이 오염됐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도쿄 소재 한 초밥집은 원전 사고 이후 매출이 70%가량 줄었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이날 “바닷물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고 해서 바로 인체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프랑스 원자력안전위원회(ASN)의 방사능 관리 책임자인 장뤼크 고데는 “기상 상태를 감안하면 방사성 오염 물질이 최대 100㎞까지 이르렀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산 식품을 수입해 온 국내에서는 방사성 물질이 함유된 식품을 차단하느라 비상이 걸렸다.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의 부산·인천 지원에선 일본산 수산물을 대상으로 14일부터 방사성 물질 함유 여부를 집중 검사하고 있다. 일단 미야기(宮城)·아오모리(靑森)·이와테(岩手)·후쿠시마 등 후쿠시마 원전 주변 4개 현을 사고 해역으로 분류하고 전수검사를 실시 중이다. 한 품목 조사에는 9시간이 소요된다. 일본의 다른 해역에서 잡힌 수산물에 대해선 주 1회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품질검사원 윤상림 품질관리과장은 “사고 해역에서 수입된 것은 가리비 1종이었고, 21일까지 일본에서 수입된 수산물 12건을 검사한 결과 방사성 물질이 일절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도 방사능 검사 대상을 일본 경유 식품까지 확대했다.

식약청 손문기 식품안전국장은 “일본에서 수입된 가공식품·건강기능식품·식품첨가물에 대해서도 전수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사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방사선 방호복을 착용하지 않고 있다. 아직 방사능 오염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까지 날아와 노지에서 재배한 채소가 오염된 경우 물로 씻어내고 먹으면 된다. 오염이 장기화되고 방사성 물질이 많아 토양 자체가 오염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농작물이 자라면서 세포 안으로 방사성 물질이 흡수될 수 있고 씻어도 제거되지 않기 때문이다. 바닷물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고 해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바닷물에 들어가면 방사성 물질이 극히 낮은 농도로 희석된다. 수돗물 속에 방사성 물질이 들어있더라도 요오드131은 휘발성이 강해 끓이면 사라진다. 세슘137은 끓여도 날아가지 않는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정수기가 역삼투압 방식이라면 방사성 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

박태균(식품의학)·강찬수(환경) 전문기자·정재홍 기자

◆베크렐(Bq)=방사성 물질이 1초 동안 방출하는 능력(방사능)의 강도를 나타내는 단위. 베크렐선을 발견한 프랑스의 물리학자 앙투안 앙리 베크렐(Antoine Henri Becquerel )의 이름에서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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