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테러범, 국내법 처벌 가능해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이르면 2013년부터 해외에서 테러 등 중대범죄를 저지른 외국인도 국내 형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게 된다. 또 판사에게 폭넓은 재량권을 줌으로써 ‘고무줄 판결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작량감경’을 제한하고, 흉악범 재범 방지를 위해 보호감호제를 재도입하는 입법이 추진된다. 법무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형법 총칙 개정안이 22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정안의 가장 큰 특징은 국제 범죄에 대처하기 위한 ‘세계주의’ 규정이 신설되는 것이다. 현행 형법은 ▶외국에서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하거나 ▶국내에서 이뤄진 외국인의 범죄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한 소말리아 해적들에 대해 사법처리를 진행하고 있다. 개정안은 그 대상을 대폭 넓혔다. 폭발물 사용·통화 위조·약취유인 등의 범죄는 범행 장소가 해외이고, 범인과 피해자가 외국인이더라도 국내에서 범인 신병만 확보되면 처벌할 수 있게 된다.

 개정안은 또 작량감경 요건을 구체화해 판사의 재량으로 형량을 낮출 수 있는 여지를 줄였다. 감경 요건은 ▶범행 동기에 참작사유가 있을 때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을 때 ▶범죄 피해가 상당부분 회복된 때 ▶범행을 자백한 때 등으로 제한된다. 현행 형법은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만 규정해 판사 성향이나 전관 출신 변호사 선임 여부에 따라 형량이 달라질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공식 반대 입장을 전달할 방침이다.

 아울러 상습범·누범 가중 규정을 폐지하는 대신 ‘보호수용’ 처분을 도입하는 내용이 개정안에 담겼다. 다만 범죄 구분 없이 보호감호제를 적용한 데 따른 과거의 인권침해 논란을 감안해 그 대상을 방화·살인·상해·약취·유인·강간 범죄로 한정했다. 또 대상 범죄를 3회 이상 저질러 징역 1년 이상 받거나 형 종료 후 5년 이내 또다시 1년 이상 징역형을 선고받았을 때 등에 한해 보호수용 처분이 내려지도록 요건을 제한했다.

 법무부는 서민들이 벌금형보다 무거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호하는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할 경우 집행유예가 가능하도록 하는 조항을 넣기로 했다. 법무부 김석재 형사법제과장은 “형법은 1953년 제정 이후 총칙 개정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발전된 이론이나 국민의 법의식을 따라가지 못했다”며 “이번에 그 간격을 좁혀 형사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선욱 기자

◆작량감경=범죄와 관련된 사정과 형편을 참작해 법관 재량으로 형량을 낮춰주는 것을 말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