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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건강] “전신마취, 어린이 뇌 발달에 악영향”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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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어린 아이는 수술을 하거나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같은 진단검사를 받을 때 다루기가 어렵다. 불가피하게 전신마취를 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이때 사용하는 마취제가 아이의 뇌 발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국가독성연구소 공동연구팀은 태어난 지 5~6일 지난 벵골 원숭이에게 가벼운 수술에 사용되는 전신마취제 ‘케타민’을 24시간 동안 조금씩 주입했다. 그리고 10개월이 지난 뒤 기억력·집중력·학습수준 같은 뇌 지능 요소들을 평가했다. 그 결과 마취제를 주입했던 원숭이는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은 원숭이에 비해 인지능력이 월등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2011년 신경독극물기형학지). 연구진은 만약 원숭이가 사람이라면 네 살 이하 어린이에게 마취제를 주입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마취제 사용과 뇌 발달’ 사이의 관계는 다른 논문으로 이어졌다. FDA 마취·무통증 담당 밥 라파포르트 박사는 지난 9일 “과거에 비슷한 결과가 나온 논문이 많았다”며 “어린아이에게도 전신마취가 위험한지에 대해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할 시점”이라고 말했다(2011년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

 라파포르트 박사는 이 보고서에서 “2009년 마취학회지에서 탈장수술을 받은 세 살 이하 어린이가 행동·발달장애가 일반 어린이에 비해 2배 이상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다”며 “추정에 불과하지만 이 역시 전신마취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결국 FDA는 지난 11일 이와 관련한 안전성평가위원회를 열었다.

 그러나 여전히 이 문제는 논란에 싸여 있다. 위원회에 참가한 미국 메이요클리닉 소아마취과 랜달 플릭 박사는 “원숭이 실험 결과를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마취에 대한 걱정 때문에 어린이가 꼭 필요한 수술을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조현성 교수도 “원숭이 연구에 사용한 케타민은 약한 환각을 일으키지만 큰 부작용은 없다”며 “장기간 마취제를 주입하지 않는 이상 뇌 발달에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권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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