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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재산 56억원 있어야 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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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한국 부자는 다른 아시아 부자보다 지위(status)를 매우 중시한다. 투자 상품을 고른다 치면 수익성뿐 아니라 주차 대행 서비스 같은 특별대접이 있는지도 따진다는 뜻이다. 차를 고를 땐 한국 부자의 81%는 지위를 과시할 수 있는지 가늠한다. 한국보다 정도는 덜하지만 인도 부자도 지위와 명예를 중시한다. 반면 중국·대만·인도네시아에서 그런 부자는 소수다.

 스탠다드차타드(SC)와 컨설팅업체 스콜피오파트너십이 공동 발표한 ‘미래고객조사(FuturePriority) 보고서’의 내용이다. SC는 보고서 작성을 위해 아시아 10개국의 고소득자 1792명을 인터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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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서는 우선 부자고객들의 성향을 ▶지위향상 중시▶이익 중시▶재산증식 중시▶편의성 중시 그룹 등 네 부류로 나눴다. 한국 고소득층의 경우 지위향상 중시 그룹이 네 부류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이 집단의 특징은 과시욕이 강하고 절세에 관심이 많다. 소비와 관련된 대출도 많이 받는다. 반면 이익중시 그룹은 적었다. 이들은 투자 상품 수수료에 민감하고 재산 증식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유형이다. SC의 글로벌 프리미엄 뱅킹 헤드인 푸 미하는 “다른 아시아 국가와 대비되는 한국 부자의 특징은 근심 없는 성격에 지위 향상을 중시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인도 부자 중에서도 지위향상 중시 그룹 비중이 가장 컸다.

 반면 중국 부자는 한국·인도 부자와 뚜렷하게 대비된다. 중국은 지위향상 중시 그룹의 비중이 매우 낮은 대신 재산증식 중시 그룹과 이익 중시 그룹이 강세를 보였다. 대만도 비슷했다. 중국 부유층은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위험을 회피하는 경향이 강했다. 대만 부자는 10년 이상 장기 투자를 하는 성향이 뚜렷했다. 태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편의성 중시 그룹이 두각을 나타냈다. 본업·가사 등의 업무에 전념하기 위해 투자는 가능한 한 단순하게 하는 투자자들이다. 홍콩 부자는 싱가포르 부자보다 더 화려한 차를 선호했다.

 연령별 특징도 드러났다. 20대는 지위를, 30대는 편의성을 중시하다가 40대를 넘기면서 재산증식에 대한 관심이 확 늘어난다. 성별로도 차이가 있었다. 남성은 상대적으로 편의성과 재산 증식에 관심이 많았다. 여성은 이익 중시 그룹과 지위 향상 중시 그룹의 비중이 컸다.

  아시아 부유층은 올해 재산 증식을 얼마나 자신하고 있을까. ‘향후 12개월 내 재산 증식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나라별로 낙관론과 비관론의 비중이 달랐다. 인도네시아는 무려 98%가 증식을 자신했다. 인도·말레이시아·중국도 80% 이상이 자신감을 보였다. 반면 한국을 비롯해 싱가포르·대만·홍콩 부자는 낙관론이 평균치보다 적었다.

 이번 조사 대상이 된 한국 부유층은 201명이었다. 이들의 재산 증식 목표치는 56억원으로, 조사 대상 10개국 가운데 가장 많았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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