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비즈 칼럼] 중독성 낮은 모바일 게임 ‘셧다운’ 규제 말아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송병준
게임빌 대표

폭발적인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온라인 콘텐트 시장의 급부상, 소프트웨어 개발을 통한 성공 신화는 이제 익숙한 이야기가 됐다. 세계 유수 단말기 제조사들이 새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내놓을 때마다 큰 화제가 되는 것 또한 모바일 산업의 성장세가 그만큼 눈부시기 때문일 게다. 그 중심에는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안드로이드마켓 같은 모바일 오픈 마켓이 있다.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기기라도 좋은 소프트웨어가 없으면 활용도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무선 인터넷 인프라 또한 확대일로인 지금, 오픈 마켓은 모바일 기기의 가치를 한 차원 높이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스마트 시대’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우리나라의 관련 정책은 새 시대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게임물 사전 심의라는 법적 제약으로 인해 세계인이 즐기는 유명 모바일 게임마저 국내에서 사고파는 게 쉽지 않다. 이를 개선하고자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게임법’)’을 상정해 국회를 통과했으나 이번에는 셧다운제라는 새로운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되고있다.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은 게임의 올바른 이용을 위한 환경 조성이란 애초 목적에서 벗어나, 모바일을 포함한 모든 게임물에 대한 ‘셧다운제’로 의미가 바뀌고 있다. 셧다운제란 만 16세 미만 청소년이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온라인 혹은 모바일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게 막는 제도다.

 알다시피 모바일 게임은 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릴 때처럼 잠시 잠깐 짬이 날 때 즐기는 것이 일반적인 이용 행태다. 이것이야말로 모바일 게임의 참다운 매력이자 세계적으로 모바일 게임이 선풍적 인기를 끄는 이유다. 중독성도 높지 않다. 모바일 게임으로 인해 사회적 문제나 범죄가 발생했다는 뉴스는 들은 바 없다. PC로 즐기는 게임들도 그 형태나 플랫폼, 장르에 따라 사회적 부작용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셧다운제 도입을 주장하는 쪽에선 이를 간과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업계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움을 감추기 힘들다.

 셧다운제가 가진 ‘청소년 보호’의 취지와 이를 위한 사회적 보호 장치 마련에 대해선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기업의 책임과 의무 이행을 강조하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다만 법과 제도를 도입할 땐 취지의 진정성과 함께 정확한 현실 파악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그 제도의 도입 취지를 제대로 구현하고 또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셧다운제는 이런 기본 원칙에 충실한 걸까. 더구나 이 제도를 모바일 게임에까지 적용하려 한다니 더욱 걱정이 크다. 다른 걸 떠나 모바일 게임 이용을 어떤 방식으로 제한할 수 있단 말인가. 지금 수많은 모바일 게임 회사의 바람은 단 하나다. 앱스토어 같은 해외 오픈 마켓에서 거두고 있는 성공을 국내에서도 이어가고 싶다, 해외 사용자들이 누리고 있는 양질의 서비스와 콘텐트를 국내 게임 유저들에게도 제공하고 싶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부산에서 열린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G스타’에서 몇몇 해외 게임업체 관계자들을 만났다. 그들 모두 한국에서 자사 게임을 서비스하길 희망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한국은 법 체계상 사전에 공적 기관의 등급 심사를 받아야 하며, 한국의 스마트폰 오픈 마켓에는 게임 카테고리가 없다”는 말을 해줬다. 몹시 아쉬워하는 그들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국은 과연 열린 스마트 시대를 살고 있는가’.

송병준 게임빌 대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