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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하라 도쿄도지사 "일본인에 내린 천벌" 망언

중앙일보

입력

 
일본의 대표적인 보수우익 인사인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가 14일 이번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것은 "천벌이 내린 것'이라고 말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일본인의 아이덴티티(Identity·정체성)는 아욕(我欲·자신 스스로의 욕심)이다. 이번 쓰나미를 잘 이용해 아욕을 한번 씻어 낼 필요가 있다"고 말한 뒤 "역시 (이번 지진과 쓰나미는) 천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13일 이번 사태 수습을 위한 '절전계발담당상'으로 임명된 렌호(蓮舫) 행정쇄신장관으로부터 절전에의 협력을 요청받은 후 동일본 지진에 대한 소감을 밝히는 가운데 나왔다.

이시하라 지사는 "미국의 아이덴티티는 자유이며 프랑스는 자유와 박애, 그리고 평등"이라며 "그러나 일본은 그런 게 없고 아욕과 물욕, 그리고 금전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아욕에 속박돼 정치도 포퓰리즘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그걸 (쓰나미로) 단번에 쓸어버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랜 기간 축적된 일본인의 마음의 떼를 (씻어내 버려야 한다)"고도 했다. "재해를 입은 분들은 불쌍하다"는 말도 했지만 그의 발언은 이번 쓰나미가 일본 사회에 만연돼 있는 개인주의를 청산하는 데 좋은 계기가 될 것이란 뜻으로 해석됐다. 그는 또 "작년에 가장 쇼크였던 것은 할아버지들이 30년 전에 이미 죽은 사실을 숨기고 연금을 몰래 사취한 것"이라며 "그런 국민은 전세계에 일본인 밖에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마이니치(每日) 신문은 이날 이시하라 지사의 발언을 인터넷판으로 신속히 보도하면서 "그의 '천벌'이라는 표현은 재해로 피해를 입은 분들과 일본 국민들을 화나게 할 것이 틀림없다"고 덧붙였다.

이시하라 도지사는 과거 "한국인들이 (식민지 시절) 창씨개명을 한 것은 한국인들이 원했기 때문"이라거나 "식민지 시절에 일본은 한국에 좋은 일들도 했다" 등의 망언을 해왔다. 하지만 일본 내 보수 우익세력들로부터는 "할 말을 한다"며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다음달에 실시되는 도쿄도지사 선거에 출마, 4선에 나설 뜻을 최근 밝힌 상태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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