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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버려진 강아지, 친구 삼으실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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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연구원 김레베카(44·서울 항동)씨는 지난해 말 한국동물복지협회에서 유기견 두 마리를 입양했다. 수캉아지 태양이와 암캉아지 담비로 둘은 남매지간이다. 한 살이 채 안 된 이 강아지들은 지난해 목살이 깊이 파이는 상처를 입을 정도로 심한 학대를 받고 버려졌다. 처음 입양했을 때, 두 강아지는 새 주인에게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고 한다. 김씨는 “입양할 무렵 몸의 상처는 완치된 상태였지만, 마음의 상처는 여전히 깊어서 곁에 다가가는 데 한 달 정도 걸렸다. 유기견을 키우려면 그저 불쌍하고 안타깝다는 마음보다 책임감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몇 달 노력하니 요즘은 배변도 화장실에서 한다. 집에 들어올 때 반기는 걸 보면 힘들었던 게 싹 잊힌다”며 웃었다.

글=이정봉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도움말=한국동물복지협회 조희경 대표, 수의과학검역원 동물보호과 박미정 주무관, 서울특별시수의사회 김홍석 홍보이사, 반려동물훈련학교 노권래 교장

유기견을 입양하는 건 생명을 살리는 일이다. 김레베카씨와 담비(오른쪽), 태양이. 입양 넉 달째, 강아지들의 눈은 경계심이 조금씩 걷히고 호기심에 반짝이기 시작했다.

TV프로그램에 유기견이 출연하고 관련 기관의 활동 덕분에 최근 유기 동물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한국동물복지협회에 따르면 유기견을 데려다 키우겠다는 가정도 늘고 있다. 하지만 유기견 입양 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유기 동물을 입양할 때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입양 과정도 다소 까다롭고 적응시키는 데 공이 많이 든다. 대신 유기 동물이 가정에 제대로 적응했을 때의 보람도 크다. 대표적 반려동물인 유기견을 제대로 입양하는 방법과 입양하기 전 준비해야 할 점을 전문가에게 들어봤다.

유기견 입양하는 건 생명을 살리는 일

유기 동물 중 매년 보호소로 들어오는 동물은 약 8만2000마리(2009년 말 기준)다. 그중 개는 4만9000여 마리(60%). 유기 동물은 오랜 시간 거리를 배회해 병들고 불결할 것 같지만, 보호소가 적절히 돌보고 치료하기에 건강은 양호한 편이다. 대부분 동물보호소는 소속 수의사가 상주하고 있다. 수의사가 없는 경우 동물병원과 계약을 맺어 동물을 돌본다. 유기 동물의 처우가 나아지면서 2005년 15%가 채 안 됐던 입양 비율이 2009년엔 24.5%로 늘었다. 입양되지 않거나 주인이 찾아가지 않은 동물은 안락사된다. 법적으로 보호기간이 열흘을 넘으면 동물 소유권을 시·군·구청장이 보유한다. 지방자치단체마다 다르지만 짧게는 12일, 길게는 90일이 지나면 안락사 처분한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동물보호과 박미정 사무관은 “유기견을 입양하는 건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한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고 했다.

입양할 때는 15년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유기견 입양에는 상당한 책임이 따른다. 대체로 어릴 때 입양하는 만큼 개의 경우 기대수명인 15년 이상,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변을 치우고 털을 깎고 밥을 주는 일이 쉬워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귀찮아진다. 꾸준히 돌봐주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가족 간 합의도 필수다. 동물복지협회 조희경 대표는 “아무리 동물을 좋아해도 가족과 불화가 생기면 제대로 키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도 있어야 한다. 사료비·예방접종비·병원비·미용비 등 동물을 키우면서 생기는 비용도 무시 못한다.

입양 대상 동물의 질병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치료를 끝낸 동물만 입양시키고 성격적으로 큰 문제가 있는 경우는 아예 입양시키지 않는다.

배변 잘못해도 혼내면 안 돼

유기견은 오랜 거리 생활로 인해 경계심이 강하다. 입양 뒤에는 주인이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시키기 위해 함께 자고 노는 등 신뢰를 쌓아야 한다. 먹이를 정해진 시각에 주는 것이 그릇에 늘 부어 놓고 알아서 먹도록 하는 것보다 친해지기가 더 쉽다.

산책은 필수. 품에 안고 다니거나 집에만 두면 개의 특성을 잃는다. 밖에서 다른 개와 어울리거나 풍경을 보는 등의 경험을 해야 성격이 위축되지 않고 밝아진다. 반려동물훈련학교 노권래 교장은 “개는 사람하고만 지내면 스스로 사람인 줄 안다”며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멀리하고 무서워해 성격이 어두워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아무 데나 변을 보는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일단 사람이 보는 데서 누도록 유도해야 한다. 노 교장은 “일반인이 가장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이 배변에 관한 것”이라며 “잘못된 곳에 누면 혼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면 변을 보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숨어서 누는 습관이 든다”고 말했다. 개는 밥을 먹고 10~30분 내에 대소변을 보는 습성이 있다. 먹이를 준 뒤 미리 지정된 장소로 유도한 뒤 변을 보면 칭찬하는 식으로 교육하는 게 좋다.

유기동물 입양하려면

유기동물은 전국 384개 유기동물보호소(www.animal.go.kr)와 한국동물복지협회(www.animals.or.kr)에서 입양할 수 있다. 두 기관 모두 미성년자는 입양할 수 없다. 입양 절차·비용·특징은 다음과 같다.

유기동물보호소 입양 절차 동물보호 상담전화(1577-0954) 통해 가까운 보호소 방문 일시 예약→신분증·개집·개줄 등 준비물 갖고 방문해 입양신청서 작성→심사 뒤 입양 결정 비용 무료(중성화 수술비는 입양자 부담). 특징 일부 지자체(부산·인천·성남 등)는 입양 당일 반려동물 등록 의무화.

한국동물복지협회 입양 절차 홈페이지(www.animals.or.kr)에서 입양 신청서 작성→2~5일 뒤 전화상담→7~10일 뒤 방문→심사 뒤 입양 결정 비용 7만원(중성화 수술비, 치료비 포함). 특징 인터넷 홈페이지에 입양 대상 동물 리스트가 매일 업데이트.

*반려동물등록제: 반려동물 정보를 담은 칩을 몸 안에 심어 관련 기관이 관리할 수 있도록 한 제도. 일반적으로 정보를 담은 칩을 심는 데 2만원 정도 든다. 유기동물을 입양할 때는 대부분 무료로 해준다.

자료: 각 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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