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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창 밖엔 풍경이 달리고, 창 안엔 수다가 흐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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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몰고 다니다 보면 까맣게 모르고 살게 된다. 전철역 인근에 정말 볼거리가 많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지간한 전철역마다 눈길 끄는 한 가지쯤 거느리고 있다는 걸 이번에 새삼 깨달았다.

시내에 있는 전철역은 놀이공원과 박물관·미술관을 지척에 두고 있고,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면 등산하기 좋은 산이나 풍경 근사한 강이 전철역과 맞닿아 있다.
꽃 피는 봄, 전철 타고 가도 좋은 여행지 네 곳을 골랐다.

# 산과 강이 어우러진 운치  운길산역 (중앙선)

운길산역은 면 단위(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에 위치한 조그마한 역이지만 인근 운길산 덕분에 주중·주말 할 것 없이 등산객 손님이 몰리는 역이다. 운길산은 높이가 600m 남짓한 얕은 산이다. 별다른 등산 장비 없이도 오를 수 있다. 구두 신고 가는 사람도 있다.

 운길산 8부능선쯤에 수종사가 들어서 있는데, 수종사에서 내려보는 두물머리(양수리) 풍경이 압권이다. 조선시대 학자 서거정이 동방의 사찰 중 전망이 제일이라고 격찬했다고 한다. 운길산역에서 운길산 정상까지 갔다 오는 데 두 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다. 운길산역의 또 다른 매력은 ‘한강나루길’ 등 다양한 코스의 트레일이 있다는 점이다. 짧게는 7㎞, 길게는 17㎞에 이른다.

 산행이 싫으면 남양주 종합촬영소를 추천한다. 운길산역에서 오전 8시50분부터 하루 6회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종합촬영소에서 매달 한 편씩 무료로 영화를 상영하는데 3월에는 이준익 감독의 ‘평양성’을 보여준다. 전철 차비만 들이면 최신 한국영화까지 볼 수 있는 것이다.

● 여행 정보 중앙선 전철은 용산역에서 출발한다. 운길산역까지는 약 1시간 걸리며 요금은 1600원이다. 운길산역 바로 앞에 셀프 장어구이집이 늘어서 있다. 한강민물장어(031-576-3392), 두물장어(031-576-8727)가 유명하다.

1 춘천행 전철이 경춘선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코스 중 한곳인 백양리 역을 향해 달리고 있다. 2 어린이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여행코스인 춘천의 애니메이션 박물관. 3 닭갈비는 춘천의 대표적인 먹을 거리이다. 4 운길산 8부능선에 자리잡은 수종사의 대웅전. 5 수종사에서 내려다보이는 두물머리 풍경은 압권이다.

# 백 년 전으로 떠나는 시간 여행  인천역 (1호선)

1호선 전철 종점인 인천역을 나와 길을 건넌다. 그러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색깔도 화려한 차이나타운이다. 차이나타운의 대표 상징물인 패루를 지나야 비로소 중국인 거리가 시작한다. 자장면 발상지로 알려진 공화춘도, 삼국지 벽화 거리도 모두 이 거리 안에 있다.

 차이나타운 뒤쪽에 개항기 인천의 역사와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개항장 근대역사 문화 타운이 있다. 일본 영사관을 비롯해 일본인이 세운 은행, 인천기상대, 개항박물관, 인천우체국 등 백 년 전 풍경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인천시가 차이나타운과 근대역사 문화타운 곳곳을 이은 ‘인천개항누리길’을 조성해 놓았다. 짧게는 1시간에서 길게는 3시간 코스로 짜여 있다.

 차이나타운에는 자장면을 처음 만들었다는 공화춘(032-765-0571) 등 중국 음식점 30여 곳이 몰려 있다. 공갈빵·월병 등 다양한 중국 음식을 먹을 수 있지만 자장면을 팔지 않는 곳도 있으니 반드시 물어보고 들어가야 한다.

● 여행 정보 서울역에서 인천역까지 약 1시간20분 걸린다. 1500원. 인천개항박물관, 근대건축전시관 등은 월요일 휴관한다.

6 인천역 맞은편 차이나타운 안에 있는 용 동상. 마치 살아움직이는 듯 하다.7 차이나타운 입구에 있는 제 1 페루. 8 천안에 있는 독립 기념관은 3월에 꼭 한번 들러봐야할 곳이다.

# 선열의 자취를 따르다  천안역 (1호선)

천안을 추천하는 이유는 이달이 삼일절이 있는 3월이어서다. 유관순 열사 생가를 비롯해 독립기념관 등 삼일절과 관련된 장소가 천안에는 유독 많다.

 천안역 1번 출구로 나오면 동부광장이 있다. 거기서 400번 버스를 타면 천안에 있는 삼일절 관련 유적지는 거의 대부분 들를 수 있다. 우선 종점에 있는 유관순 열사 사우(祠宇)를 먼저 간다. 사우는 사당이라고 보면 되는데, 추모비·초혼묘·봉화탑·기념관 등이 있다. 사우에서 매봉산을 끼고 1.3㎞ 더 가면 초가지붕 얹은 유관순 열사 생가가 나온다. 다시 10분쯤 걸으면 독립운동가 유석 조병옥 박사가 태어난 집이 있다.

 사우에서 시내 쪽으로 10분쯤 걸으면 아우네 장터가 나온다. 마음 속으로 삼일절 독립만세 함성을 들어보고, 허기진 배는 소문 자자한 병천순대로 달래자. 병천순대집(041-561-0151), 자매순대(041-552-2993) 등 식당 20여 곳이 늘어서 있는데, 저마다 수십 년 역사를 자랑한다. 천안역 돌아오는 길에 들를 곳이 있다. 400번 버스를 타고 독립기념관에서 내려야 천안에서 선열의 자취를 더듬는 여정을 제대로 마무리할 수 있다.

● 여행 정보 용산역에서 천안역까지 약 2시간 걸린다. 요금은 2500원. 400번 버스 요금은 1200원이다. 천안 시티투어 버스(041-521-2038)도 있는데 천안역 관광안내소 앞에서 화·목·토·일요일 오전 10시에 출발한다. 요금 4000원.

# 호수 말고도 많은 게 있는 도시  춘천역 (경춘선)

상봉역에서 경춘선 복선 전철을 타고 춘천역에 내린다. 춘천역에 내리니 서울에서 온 관광객 열 명 중 여덟 명은 소양댐 가는 버스를 묻는다. 가족 여행객이라면 틀림이 없다. 춘천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호반의 도시’ ‘소양댐’이어서다.

 그러나 춘천엔 정말 볼거리가 많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왔다면 춘천에서 박물관 투어를 추천한다. 애니메이션·막국수·인형·모형비행기 등 춘천에서만 볼 수 있는 다양한 주제의 박물관이 곳곳에 박혀 있다. 특히 애니메이션 박물관은 수많은 만화영화 주인공을 전시하고 있어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김유정 문학촌도 가볼 만하다. ‘봄봄’과 ‘동백꽃’의 작가 김유정의 고향이 춘천이다. 김유정 소설에 등장하는 마을 곳곳을 걸어다니며 감상할 수 있는 ‘실레길’이 만들어져 있다. 어느 코스든 세 시간이면 충분하다. 이달 29일 추모제가 열리고, 그맘때 김유정 소설에 등장하는 동백(실제로는 생강나무)이 노란 꽃을 피운다.

●여행 정보

춘천역은 서울 상봉역에서 1시간20분 걸린다. 요금은 2600원. 애니메이션 박물관은 81번과 82번 시내버스가 춘천역에서 출발한다. 토·일·공휴일에는 오전 10시부터 하루 6회 운행하는 83번 버스도 있다. 춘천역에서 오전 10시 출발하는 시티투어(033-257-5533)도 있다. 성인 5000원. 춘천 어디를 가도 맛볼 수 있는 음식이 닭갈비와 막국수다. 명동·온의동 일대와 소양강 인근에 타운이 형성돼 있다. 온의 1.5 닭갈비(033-242-6355), 원조 샘밭 막국수(033-242-1702) 등이 유명하다.

글=이석희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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