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설(世說)

사교육비 핵심은 교실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이인구
시인

정부가 사교육비 지출이 지난해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입시제도 개선과 학원 단속 등의 효과 덕분이란다. 하지만 학생 수 감소와 경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하는데, 큰 진전이 있는 것인양 밝혀 학부모들이 생뚱맞아 한다. 특히 학원 쥐어짜기와 입시 변경을 통해 사교육비가 줄었다고 한다면 학부모의 고통 해결은 요원하다.

 사교육은 공교육이 부족하고 부실한 데서 비롯된다. 정부도 방과후 학교 등 대책을 내놓고 있기는 하다. 학부모들이 걱정하는 것은 아이들이 학원에서 배우고 학교에서 졸고 있는데도 대부분의 선생님이 이를 방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각을 하든, 수업 태도가 나쁘든, 성적이 떨어지든 학부모에게 전화를 하는 경우가 적다. 동네 학원과 비교해 보라. 학원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고 학생들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 학부모에게 아이의 학업이나 생활에 대해 학원과 학교에서 받은 전화 횟수를 질문해 보라.

 공교육 부실로 탄생한 사교육 시장은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의 몇 안 되는 완전경쟁 시장이다. 학부모들은 학원 교육의 질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평판을 공유하고 있다. 고가 학원이나 과외는 많은 학부모의 반감에도 끈질기게 살아남는다. 정부가 오후 10시 이후 학원수업 금지, 교육비 상한제 도입, 세무조사 등 갖은 규제를 해도 문제 해결이 어렵다. 과도한 규제는 고소득층만 고액과외 같은 암시장 상품을 구입하고, 서민층은 학원 수강 기회조차 축소당하는 불평등을 조성할 수 있다.

 특히 정부가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수능을 쉽게 내겠다고 했는데 얼마나 비교육적인 발상인가. 사교육비 감소 효과만 있으면 모두가 100점 받는 시험으로 아이들 실력을 하향평준화해도 좋단 말인가. 사교육비 문제는 공교육이 정상화돼 학부모의 신뢰를 얻을 때 해결되는 것이다.

 정부는 학교의 문제점을 직시해야 한다. 방과후 학교나 EBS 강의 확대에 막대한 예산을 써가며 변죽만 울리지 말라. 수업의 질적·양적 수준을 높여 학교 공부가 주(主)가 되고, 모자라는 공부는 학원에서 별도로 수강하는 정상적인 교육현장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 물론 쉽지는 않다. 교원평가와 교육환경 선진화 같은 대책이 핵심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가 교육개혁에 매진하고 있는데 일부 반대가 있다고 개혁을 미뤄선 안 된다.

이인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