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다독거리는 MS社의 대사

중앙일보

입력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는 요즘 각종 행사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신생기업 창립 파티, 벤처자본 포럼, 각종 기업 축하행사 등-. 사실 파티가 너무 많아 계획만 잘 세우면 돈 한푼 들이지 않고 끼니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래리 코언(31)에게는 내키지 않아도 그런 행사에 가능한 한 많이 참석하는 것이 담당업무다. 그는 약 1년 전부터 마이크로소프트의 실리콘 밸리 개발업 및 업계대상 홍보 책임자로 일해왔다. 말하자면 워싱턴州 레드먼드에 본부를 둔 소프트웨어 거인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실리콘 밸리 주재 ‘대사’인 셈이다.

그의 업무에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일하는 것을 비롯, 유망한 신생기업 스카우트, 윈도 2000 홍보(2월 시판 예정) 등이 포함된다. 또 업계 모임에서 대화가 어쩔 수 없이 反마이크로소프트 쪽으로 흐르는 경우에도 침착을 유지해야 한다.

그외에 위협적인 이방인 취급을 당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미지를 부드럽게 만드는 것도 그의 임무다.

지난 10월 마이크로소프트의 새 실리콘 밸리 단지 5개 棟중 첫 건물이 완공됐다. 마운틴 뷰에 들어선 이 단지는 3만9천여 평에 이르는 플라자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오랜 적수 넷스케이프·선의 본사 건물 곁에 위치한다. 내년에 완공되면 샌프란시스코灣 전역에 흩어져 있는 1천2백 명의 직원 대다수를 수용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인수한 웹TV와 핫메일을 비롯, 오래 전부터 실리콘 밸리에서 단위 사업부문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실리콘 밸리 사람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를 실험하거나 동업관계를 구축하려면 워싱턴州 레드먼드로 가야 했다.

더군다나 마이크로소프트는 탐나는 기업을 파산시키거나 인수하려는 이방인으로 비쳤다. 지난해 실리콘 밸리의 기업인들과 벤처자본가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중역들이 그곳을 방문할 때마다 그런 이야기를 전했다. 그러자 마이크로소프트는 곧 실리콘 밸리에서의 사업 확장 계획을 세웠다.

그 시점에 코언이 합류했다. 코언에게는 ‘빌 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미지와는 달리 느긋함과 붙임성이 있다. 또 80년대에 反마이크로소프트 진영인 애플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제조업체 클라리스에서 일한 적이 있기 때문에 그들의 생각을 잘 이해한다는 이점도 있다.

실리콘 밸리 사람들은 체질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거대한 규모와 영향력에 반감을 갖는다.

온세일.컴(Onsale.com)의 제리 캐플란 회장은 “실리콘 밸리의 창업정신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대표하게 된 거대한 중앙집권적인 권력 사이에는 갈등이 있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터넷 창업 컨설팅 회사인 개라지.컴(Garage.com)을 설립한 가이 가와사키는 코언이 사람들을 쉽게 만나주고 각종 기업행사에 참석하는 것 만으로도 큰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와사키는 “마이크로소프트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면 그들이 머리에 뿔이 난 괴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코언은 업계가 조금씩 호의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지만 적대감이 완전히 사라지려면 적어도 3년은 걸릴 것으로 본다며 이렇게 말했다. “갑자기 나타나 ‘나는 너를 좋아하니 너도 나를 좋아해야 돼’라고 말할 수는 없다. 먼저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새 단지는 코언의 팀에 그런 일을 할 자원을 제공할 것이다. 건물은 프로그램 개발업자들이 윈도 기반 프로그램을 시험할 연구실과 신생기업이 자금과 전문기술을 찾을 수 있는 센터를 갖출 것이다.

요즘 그곳을 방문하면 무료 음료수를 제공받고 헬스클럽 같은 훌륭한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새 건물의 회의실을 나서면서 문 손잡이를 잡자 손잡이가 갑자기 떨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실리콘 밸리 캠퍼스는 아직 ‘베타’ 버전으로 테스트중인 것 같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