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전지법 ‘스폰서 판사’… 경찰, 기소 의견 내기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대전지법 A부장판사 부부의 금품 수수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경찰청이 A부장판사 부부에 대해 특별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 수재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기소 의견을 내기로 했다.

 대전경찰청 수사과 관계자는 6일 “A부장판사 부부가 보험 설계사에게 변호사를 소개해주고 금품을 받은 혐의가 상당 부분 확인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본지 1월 29일자 18면>

 이 관계자는 “A부장판사 기소 여부는 검찰의 권한이지만 경찰의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 현직 판사가 개인비리에 연루돼 사법처리 위기에 놓인 것은 2006년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 이후 4년 만이다. 법조 브로커 김홍수씨와 친했던 조 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시절인 2002년 다른 판사들에게 청탁해 사건을 처리해주는 명목으로 김씨에게 15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경찰에 따르면 A부장판사와 부인은 충북 지역 법원에서 근무하던 2004년부터 알게 된 여성 보험설계사 B씨로부터 현금 수천만원과 가전제품(냉장고 포함) 등 8800여만원어치의 금품을 받은 혐의다. B씨는 보험에 가입한 고객과 법률 분쟁이 일어나면 부장판사에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변호사를 소개해 달라고 요청했고, 그 대가로 금품을 주는 등 A부장판사를 위해 ‘스폰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부장판사가 주로 변호사를 알선해 주고, 금품은 부인이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지금까지 A부장판사 부부와 보험설계사 B씨를 불러 대질신문을 하는 등 혐의 입증에 주력해 왔다.

경찰은 최근 B씨가 A부장판사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B씨의 신용카드 사용내용 등에 대한 계좌추적 영장을 신청했으나 대전지법이 기각했다. B씨는 “A부장판사 부부가 내 신용카드를 넘겨받아 800여만원을 썼고, 1000만원권 수표 2장도 부부에게 건넸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공무원 직무와 관련해 부장판사의 알선 대가 부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A부장판사도 경찰에서 “냉장고 등 일부 금품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공무원 직무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A부장판사는 또 “2004년 B씨가 실적을 올리는 차원에서 ‘모자라는 보험료를 당분간 대신 내주겠다’고 제안하는 바람에 보험을 들었고, 1년6개월 뒤 보험계약을 담보로 3500만원을 대출받아 B씨가 대신 내준 보험료를 갚았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1월에도 고가의 가전제품을 A부장판사 부인에게 건넸다는 B씨의 진술을 근거로 A부장판사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나 대전지법은 ‘범죄 혐의가 특정이 안 돼 있고, 가정의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법원 측은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는 것 같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전=김방현 기자

A부장판사 부부 비리 의혹 사건 일지

2010년

12월 말 : 보험설계사 B씨, 경찰청에 A부장판사 비리 의혹 관련 진정서 제출

2011년

1월 초 : 대전경찰청 수사 착수

1월 20일께 : A부장판사 자택 압수수색영장 기각(1차)

2월 : A부장판사 부부와 보험설계사 대질신문 (수사 본격화)

2월 25일 : A부장판사 신용카드 사용 내역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기각(2차)

3월 : 경찰, A부장판사 부부에 대해 알선수재 혐의 적용해 기소의견 낼 방침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