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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방송고 합작 프로젝트 ‘두드림’ On-Air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깜깜한 스튜디오에 조명이 하나 둘 켜진다. 이어 카메라맨의 손놀림이 바빠진다. 플로어 디렉터의 지시에 따라 데스크에 앉은 진행자는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다. 긴장감이 감도는 스튜디오에 빨간 등이 켜진다. ‘On-Air’. 성남방송고(교장 최은수)의 합작 프로젝트 ‘두드림(Do Dream)’ 녹화가 시작됐다.

“오늘의 게스트를 소개합니다. ‘빅마마’로잘 알려진 요리연구가 이혜정 선생님입니다. 음….”

“컷, 다시 가자. 2번 카메라가 더 들어가라고 했잖아. 음향 더 줄여줘. 왜들 이러는 거야. 아무리 리허설이라 해도 긴장 좀 하자.”

녹화가 시작된 지 채 10분도 지나기 전에 중단됐다. 진행을 맡은 학생이 대본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탓이다. 기술실에서는 녹화 재시작을 위해 각종 기기들을 다시 정비한다. PD가 진행자를 가볍게 질책하고 기술진 준비상태를 확인한 후 녹화 시작을 알리는 수신호를 보낸다.

지난 2일 성남방송고 방송제작 스튜디오에서는 성남케이블방송 정규 프로그램인 ‘두드림’ 녹화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성남방송고 제작 동아리와 경원대 신문방송학과 동아리 학생들의 공동 제작 프로그램이다.

녹화가 진행되는 동안 PD를 맡은 경원대 임홍인(3년)씨는 연신 모자를 벗었다 썼다를 반복했다. 생각보다 녹화가 더디게 진행돼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다. 옆에 앉은 스텝들은 PD의 그런 모습에 살짝 주눅이 든 모습이다. 뒤에서 이를 지켜보던 아름방송 강광수 조명팀장이 가벼운 농담으로 긴장을 풀어준다. 그제서야 주 조종실에 웃음이 번진다.

두드림은 학생들에게 멘토가 될 만한 저명인사를 초청해 그들이 꿈을 이룬 과정을 직접 들어보는 프로그램이다. ‘1020 학생들의 순수 제작 프로젝트’로 명명된 이 프로그램은 성남방송고와 경원대 신문방송학과, 아름방송이 협약을 맺어 진행하고 있다. 방송고 학생들이 조명, 카메라, 음향 등 기술을 담당하고 경원대 학생들이 PD와 작가 역할을 맡았다.

최종 영상편집은 두 학교 학생들이 함께 참여한다. 성남지역 케이블 방송사인 아름방송에서는 소속 아나운서를 파견해 학생 MC들과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진행한다. 또 정규방송 기술진 4명이 매번 녹화에 참여해 학생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한다. 학생들이 만들지만 제법 기성 방송 티가 나는 이유다. 멘토 출연진도 화려하다. 유창혁 프로기사, 주철환 중앙일보 방송설립추진단 콘텐트 본부장, 서희태 지휘자 등이 이곳을 다녀갔다.

두드림은 성남 케이블 정규 방송에 주 1회씩 총 16회 프로그램으로 편성돼 있다. 성남지역에서 방송되고 나면 다시 전국 케이블 TV서버에 올려 전국 어디서나 방송될 수 있다. 지금은 대전지역 케이블 방송사에서 두드림을 정기적으로 방송하고 있다.

학생 순수 제작 프로젝트로 두 번째 시도

이 프로젝트는 학생들 사이에서 성남방송고 방송제작 ‘시즌 2’로 불린다. 지난해 2월 방송고 학생들만 참여해 제작한 토크쇼 형태의 ‘꿈틀’이 아름방송의 전파를 탄 후 이어진 후속작이다. 두드림이 종영되고 나면 ‘슈퍼스타 SBH’라는 제목의 학생 장기자랑 프로그램을 제작할 예정이다.

음향과 조명 기술을 맡은 노윤택(성남방송고 2)군은 “꿈틀 제작에도 참여했는데 너무 재미있어 이번에도 친구들과 함께 했다”며 “방송 제작과정을 직접 경험해 본다는 게 신기하고 앞으로 꿈을 이루는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기슬(성남방송고 2·카메라)양은 “방송 제작이 꿈이었는데 여기서 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대학생 언니·오빠들과 함께해서 방송 기술뿐 아니라 대학생활에 대한 얘기도 들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외부 송출 프로그램 제작이 설레기는 대학생들도 마찬가지. 임씨는 “학내 방송 프로그램 제작은 많이 해봤지만 일반 시청자들을 위한 방송제작은 처음”이라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것 자체가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황상빈(경원대 3년)씨도 “책임감과 부담이 앞서지만 열심히 한 만큼 보람은 더 크다”며 “더 많은 학생들에게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프로그램 총괄책임을 맡고 있는 아름방송 강 팀장은 회가 거듭될수록 눈에 띄게 늘어나는 학생들의 실력에 놀란다. 본격적인 녹화가 시작되기 전 1달 동안 방송 실무를 교육할 때만해도 방송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조차 의문이었다. 하지만 11회차까지 진행된 지금은 그냥 뒤에서 지켜보기만 할 뿐 별다른 지도가 필요 없을 정도다. 강 팀장은 “꿈틀 제작 때는 아름방송 작가가 대본을 썼는데 두드림은 학생이 담당하고 있다”며 “사회에서는 10년 경력 정도는 돼야 콘솔(종합 방송 컨트롤 장비) 앞에 앉을 수 있다. 두드림 제작과정은 학생들에게 매우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순수 학생 제작 프로그램이 방송을 타자 지역사회에서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방송고가 위치한 성남시 중원구청에서 지역 내 고교생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 제작을 제안했다. 또 분당 지역 라디오 방송국인 FM분당의 정규프로그램(주 1회)에도 방송고 학생들이 출연해 직접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방송된 꿈틀은 제2회 CMB(한국 종합유선방송) 시청자참여 방송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학생들을 지도해온 성남방송고 지용근 교사는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많은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라며 “학생들 절반 정도가 취업을 하는 상황인데 이 경험이 사회에 진출해서도 실질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시스템이 갖춰졌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사진설명] 성남방송고·경원대·아름방송 합작 프로젝트 두드림 녹화 리허설 현장. 스튜디오에서 진행 연습 중인 학생들(위)과 주 조종실 모습.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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