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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움의 재발견 TED 메인 콘퍼런스] 칸파르 “미래는 살아 있다, 지금이 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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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 공연예술센터에서 열린 TED 공식 세션 개막 행사 도중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물고 있는 우주인 캐디 콜먼이 TED 청중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고 있다. 우주인 콜먼의 축하 메시지는 사전에 녹화해 이날 보여준 것이다. [TED 제임스 던컨 데이비드슨 제공]


“TED 시간입니다(It’s time for TED).” 큐레이터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의 말이 떨어지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객석은 1300여 명의 관객이 내뿜는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1일(현지시간) ‘세계 지식인들의 축제’ TED 콘퍼런스(이하 TED) 본행사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TED는 전날(지난달 2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 공연예술센터에서 막을 올렸다. 하지만 첫날 행사는 펠로(fellow·장학생) 콘퍼런스뿐이었다. ‘18분의 마법’으로 유명한 본행사는 1일부터 나흘간 진행된다.

칸파르 ‘열정의 힘’

 이날 개막 인사는 우주에서 날아왔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물고 있는 우주인 캐디 콜먼(Cady Coleman)이 보낸 것이다. 그는 무중력 상태로 둥둥 떠다니며 TED 청중에게 ISS 내부를 구경시켜 줬다. “이런 곳에 있다 보니 우리가 아는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며 6개월째를 맞고 있는 ‘우주 생활’의 소회도 털어놨다. 이에 큐레이터 앤더슨은 “TED가 ISS에도 중계될 것”이라고 화답해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어 ‘18분의 마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첫 무대(1세션)에 선 5명의 강연자 중 데이비드 브룩스(David Brooks·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와다 칸파르(Wadah Khanfar·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 총사장), 에릭 휘태커(Eric Whitacre·작곡가)가 관중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브룩스는 최근 밝혀진 뇌과학 분야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인간의 본성을 새롭게 정의했다. 그는 특히 무의식과 감정, 사회성을 강조했다. “감정은 이성의 기초이며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 아니라 태생적으로 남과 떨어져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이다. 브룩스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신간 『사회적 동물(The Social Animal)』을 11일 출간할 예정이다.

작곡가 휘태커의 ‘감동’

 휘태커는 2009년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가상 합창곡(Virtual Choir) ‘빛과 금(Lux Aurumque)’을 만든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전 세계 12개국 185명이 보내온 노래를 보고 “마치 각자 무인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병에 전자메시지를 담아 보낸 것 같았다”고 말했다. “완성된 작품을 처음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빛과 금’은 유튜브 공개 2주 만에 100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휘태커는 이어 현재 자신이 만들고 있는 두 번째 가상 합창곡 ‘잠(sleep)’의 도입부 3분가량을 현장에서 처음으로 공개했다. 첫 회보다 출연자가 더욱 늘어 58개국 2000명 이상의 목소리를 모았다고 했다. 완성본은 4월에 공개될 예정이다.

 브룩스가 ‘냉정한 성찰’, 휘태커가 ‘하나 됨의 감동’을 보여 줬다면 칸파르는 ‘열정의 힘’을 증명했다. 그는 최근 아랍권을 휩쓸고 있는 민주화 혁명과 관련, “아랍의 젊은이들이 과거와 달리 스스로의 미래를 개척해 가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런 젊은이들을 지키기 위해 이집트 타흐리르 광장의 민주화 시위대를 취재 중인 기자에게 “밤새 TV 카메라를 끄지 말라”고 지시한 일화도 소개했다. “(아랍의) 미래는 살아 있다(Future is alive), 지금이 바로 미래(Future is now)”라는 그의 맺음말에 갈채가 쏟아졌다.

 그 외 우주가 공명하는 소리를 들려준 물리학자 재나 레빈(Janna Levin·1세션), 극지방 사진가 폴 니클랜(Paul Nicklen), 2010년 상하이 엑스포 영국관을 만든 건축가 토머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이상 2세션), 창의적인 데이터 아트 작품을 선보인 구글의 데이터 아트 팀장 에런 코블린(Aaron Koblin)의 강의도 좋은 평을 받았다. ‘스캣(Scat·재즈 가수가 즉흥적인 후렴구를 만들어 부르는 것)의 달인’ 보비 맥페린(Bobby McFerrin)은 무대 위로 관객을 불러 올려 즉석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롱비치(미국)=김한별 기자

◆TED=기술(Technology)·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디자인(Design)의 머리글자로 첨단 기술과 지적 유희, 예술과 디자인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행사다. 다보스 포럼이 ‘거대담론’을 논하는 자리라면 TED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나누는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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