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새 서울대총학생회장'광란의 10월'험난한 앞길 예상

중앙일보

입력

2일에 모두 끝난 서울대 총학생회장 선거 결선투표 결과, 화제를 모았던 비운동권 후보 '광란의 10월'팀의 허민(응용화학부 4학년)
-강제욱(조소과 4학년)
씨가 정, 부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되었다. 이로써, 서울대에서는 사실상 사상 최초로 비운동권 총학생회장이 선출된 셈이다. 그러나, 당선은 되었다고 해도, 이번 선거의 진행과정을 보면, 앞으로 꾸려질 새 학생회가 나아갈 길이 평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뚜렷한 공약 차이도 없이 단순한 정파적 이해에 따라 운동권 후보들이 난립했고, 신선함으로 기대를 모았던 한 비운동권 후보는 외압을 이유로 중도에 사퇴해 버리고, 막판에는 부정투표 시비까지 이는 등, 선거 자체가 이미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으로 다가와 연장투표를 치르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투표율이 낮았다. 게다가, 가까스로 투표율 50%를 넘긴 뒤에는 1, 2위간 표차가 적다는 이유로 다시 결선투표를 치르게 되었다. 그러나, 결선투표조차도 예정한 사흘 동안에 역시 투표율 50%를 넘지 못 하자, 연장 결선투표를 하루 더 진행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유례없이 연장 결선투표까지 가는 곡절 끝에 '광란의 10월'이 당선되었지만, 최종 투표율은 51%에 불과했고, 2위와의 표차는 100표가 채 나지 않았다. '광란의 10월'에 적극적인 반대의사를 보인 학생들 수가 무시 못할 정도로 많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전체 서울대생의 절반 가량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결국 투표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것은 새로 구성될 학생회에 더욱 부담이 되는 점이다.

더구나, 선거 기간 중에 발생한 몇몇 사건은 '광란의 10월' 후보에게 다소 부정적인 인상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대학신문을 가리켜 '빨갱이' 운운한 것과 동아리 경력 위조에 관한 시비는, 사건 자체가 다소 과장된 면도 있지만, 학생들이 '광란의 10월' 후보의 자질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현실적인 문제에 있어서 '광란의 10월' 후보가 구성할 총학생회는 학생회 사업 운영에 있어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총학생회는 별도로 구성되어 있는 각 단대학생회나 전학대회 등의 기구와 협력하여 사업을 추진하게 되는데, 이미 그러한 기구는 대부분 기존 운동권에서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운동권-비운동권 사이의 날카로운 감정대립을 어떻게 추스르고 서로 협력해 나아가야 하는지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수밖에 없다.

마치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이 의회에서는 소수당인 것과 같은 이러한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는 새 당선자가 1년 임기를 제대로 채울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나타낼 정도로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기도 하다.

선거는 끝났지만 남은 문제는 오히려 많기만 하다. 공대 투표소에서 '광란의 10월'을 지지하는 몰표가 나온 것을 두고, 통신공간 익명게시판에는 '단대 감정'을 들먹이는 글까지 보이고 이다. 이제 이러한 여러 문제점들을 '광란의 10월'이 이끌어 갈 새 학생회에서 어떻게 수습할 수 있을지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진정 새로운 흐름을 열어 가는 출발점이 될지, 학생회 자체가 궤멸하고 마는 파국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

이준희 인터넷 명예기자
<songcing@chollian.ne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