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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률,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게 ‘그림로비’ 의혹 … 전 청장 부인이 폭로하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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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법무부입니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오늘 오전 5시20분 귀국했습니다.”

 24일 오전 8시. 서울중앙지검 윤갑근 3차장검사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입국을 휴대전화로 통보받았다. 2년 만의 귀국. 검찰도 예상치 못한 시점이었다. 수사팀은 즉시 한 전 청장의 변호인과 연락해 28일 오후 소환키로 했다. 한 전 청장의 출국으로 2009년 3월 이후 사실상 멈춰 있던 ‘그림로비’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다시 재개된 것이다.

 한 전 청장은 그동안 뉴욕주립대 공공행정정책 연구원 자격으로 미국에 머물렀다. 검찰은 출국 이후 여러 차례 한 전 청장에게 귀국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한 전 청장은 “연구 작업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귀국을 미뤄 왔다. 윤 차장검사는 “한 전 청장이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는 검찰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전 청장은 우선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게 된다. 민주당이 한 전 청장에 대해 “특정 기업(태광실업)을 의도적으로 세무조사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했다”며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서다.

 또 하나의 조사 대상은 그림로비 의혹이다. 2009년 1월 전군표 전 국세청장의 부인이 “남편이 청장 재직 당시 한상률 차장으로부터 그림 선물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화가 최욱경의 그림 ‘학동마을’ 가격은 3000만~5000만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2009년 청장직 사퇴에 결정적 계기가 된 이 의혹에 대해 검찰은 사실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의 부인 홍혜경(51)씨가 “한 전 청장이 남편에게 차장 자리를 제의하며 3억원을 요구했다”고 폭로한 것도 아직 의혹으로 남아 있다. 홍씨는 또 “‘정권 실세에게 갖다 줄 10억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남편에게 했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당시 ‘한상률 게이트 진상조사단’을 꾸린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이 차명 보유 의혹을 받고 있는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를 한 전 청장이 알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2007년 포스코건설 세무조사 과정에서 ‘서울 도곡동 땅의 실소유자는 이 대통령’이라는 문서를 발견했다는 안원구 전 국장의 주장이 나오면서다.

 이날 한 전 청장이 전격적으로 귀국하게 된 것은 ‘박연차 게이트’ 재판이 사실상 마무리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 청장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이에 대해 그의 한 지인은 “암 투병 중인 부인을 간호하기 위해 귀국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선욱 기자

한상률 전 국세청장 사건, 어떻게 진행됐나

2009년 1월 12일

전군표 전 국세청장 부인 “남편이 2007년 한상률 당시 국세청 차장에게서 그림 ‘학동마을’(사진)을 선물받았다”

1월 16일

한상률 국세청장 사퇴

3월 15일

한 전 청장 미국행

11월 23일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 “한 전 청장이 여권 의원에게 연임 청탁 ”

2011년 2월 24일

한 전 청장 귀국 / 검찰, 28일 소환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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