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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팬 에리코, 지하철 시민도 함께 찾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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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한류팬 다나하시 에리코씨를 찾는 광고가 서울 시청역 디지털 광고판에 노출되고 있다. 에리코씨는 관광 목적으로 혼자 한국을 방문했다가 지난해 1월 1일 강원도 강릉(추정)에서 실종됐다. [변선구 기자]


24일 오후 4시 서울 지하철 시청역 승강장, 주부 임선애(47)씨는 한 실종 여성을 찾는 광고 앞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성은 일본인 다나하시 에리코(棚橋えり子·59). 그는 한류 팬으로 홀로 한국을 찾았다가 지난해 1월 1일 강원도 강릉에서 실종됐다. <본지 2010년 12월 31일자 1면>

 ‘한국에서 실종된 일본 한류 팬을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광고에는 그의 사진 3장과 함께 실종 당시 인상착의, 제보 연락처 등이 게재됐다.

 임씨는 “신문과 방송에서 봤다”며 “좋아하는 류시원씨를 보러 한국에 오셨으면 좋은 추억만 갖고 돌아갔어야 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역내를 걸어가던 수십 명의 시민은 발걸음을 멈추고 광고를 들여다봤다.

회사원 류연창(55)씨는 에리코의 사진을 보며 “공익광고나 여러 매체를 통해 좀 더 자주 보여줘야 사람들이 기억을 하고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 광고는 신규 매체 개발업체인 ‘핑거터치’가 지난 1월부터 ‘디지털뷰’를 통해 무료로 내보내고 있다. 본지를 통해 에리코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신정헌(47) 대표가 무료 광고를 게재하기로 결정했다. 핑거터치가 운영하는 ‘디지털뷰’는 전철 역내에 지도와 뉴스, 엔터테인먼트 등의 실시간 정보와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정보 시스템이다. 서울 지하철 1~4호선 117개 역에 총 900여 대가 설치돼 있으며 일정 시간 손을 대지 않으면 자동으로 광고가 노출된다. 에리코의 실종 광고는 5분 간격으로 한 번에 20초씩, 하루 200회에 걸쳐 노출되고 있다. ‘사연 보기’를 터치하면 실종 소식을 전했던 본지 기사를 볼 수 있다.

 지난 두 달 동안 광고를 내보내면서 에리코의 행방에 대한 제보도 잇따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강남경찰서에도 10여 건의 제보가 들어와 수사가 활기를 띠기도 했다. 광고를 게재했던 핑거터치 측에도 수십 통의 전화나 e-메일이 도착했다. 이원일 이사는 “사람 찾기 캠페인에 대한 격려와 문의가 덩달아 늘고 있다”며 “시민들의 관심이 모여 에리코가 빨리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디지털뷰 실종광고는 다음 달 초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글=김효은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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