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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 경신·대륜·오성고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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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올해 3학년에 올라가는 대구 대륜고 학생들이 윤태웅(52·왼쪽) 학년부장 교사와 학습전략을 짜고 있다. 대륜고 심화반 2학년 학생들은 봄방학 기간 동안 서울대와 국회를 방문해 대학 진학 의지를 가슴에 새긴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지난 15일 대구 대륜고 교사 5명과 2학년 학생 65명은 서울대에 들렀다. 서울대에 재학 중인 동문 7~8명이 인문계·자연계 전공별로 나뉘어 후배들을 안내했다. 강의실을 둘러보고 교정을 거닐며 선후배 간 대화가 이어졌다. 이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도 찾아 본회의장을 둘러보며 설명을 들었다. 대륜고가 10여 년째 하는 심화반(인문계·자연계 각 1개 반) 학생들의 봄 방학 의식이다. 3학년에 올라가기 직전 서울대를 방문해 입학의 꿈을 다진다.

 대륜고는 2011학년도에 11명을 서울대에 합격시켜 일반계 고교 중 전국 20위 안에 올랐다. 대륜고가 위치한 곳은 대구 수성구다. 서울의 강남처럼 이곳도 대구의 ‘강남학군’으로 불린다. 수성구에 있는 경신고·오성고는 올해 각각 13, 10명을 서울대에 합격시켜 대륜고와 함께 일반계교 톱20에 들었다. 톱20 중 비서울 지역 학교는 이들 3개교와 광주 인성고(10명)가 전부다. 경신고는 최근 5년 동안 서울대에 66명을 진학시켜 서울 휘문·중동·경기고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대륜고도 5년 동안 서울대에 49명을 진학시켰다.

 수성구에서는 세 학교 말고도 경북고 9명, 덕원고 8명, 정화여고 7명 등 총 82명을 서울대에 보내 명문 학군임을 과시했다. 그 힘은 어디서 나올까.

대구시교육청 배진영 장학사는 “이들 학교의 명성이 알려지면서 우수한 중학생이 모여든다”고 말했다. 중산층이 교육 때문에 일찌감치 수성구로 몰리면서 학생들의 열의와 학부모의 정보력은 서울 강남에 뒤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학생들이 우수하다는 것만으로는 수성구 학교의 성과를 다 설명할 수 없다. 학교는 열과 성을 다해 학생을 가르친다. 성과를 인정받은 특유의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대륜고는 3월부터 학생들의 서울대 입학의 꿈을 특강과 적성검사 등으로 다진다.

서울대에 갓 입학한 선배들의 공부 방식 특강은 기본이다. 자연계 심화반 학생들을 위해 적성검사를 마련한다. 무조건 의대를 지망하는 걸 막고 적성에 맞는 학과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8년째 진학부장을 맡고 있는 옥정윤 교사는 “적성을 중시하는 진학 지도가 학생들의 성적을 높이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1921년 개교한 대륜고는 동문 결속력이 각별하기로 소문나 있다. 3만여 동문이 해마다 학교에 지원하는 장학금 2억2000만원도 명문을 떠받치는 힘이다.

 이번 수능에서 언어·수학·외국어 과목에서 1등급을 받은 경신고 학생은 각각 140명 안팎이었다. 경신고는 본래 수성구 범어동에 있던 상업계 학교였다. 79년 평준화가 되면서 인문계로 전환했다. 학교는 살아남기 위해 81년 전국 최초로 ‘야간자율학습’을 시작했다. 자율학습은 이후 수성구로, 대구로 확대됐고 전국으로 보급됐다. 이렇게 경신고 덕으로 수성구의 명성이 높아지자 경북고·정화여고 등이 이곳으로 이전했다. 자연스레 학원들도 들어서면서 수성구는 대구 교육의 메카가 됐다.

 경신고와 대륜고가 라이벌로 10여 년간 명문 자리를 굳혔다면 두 학교 사이에 위치한 오성고는 올 들어 서울대 입시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오성고는 모의고사를 잘 활용한다. 모의고사를 치면 출제기관의 결과를 기다리지 않는다. 당일에 심화반(44명) 학생들의 답안지를 채점해 학생들의 약점을 찾아낸다. 또 2주에 한 번은 기출 모의고사를 친 뒤 분석을 통해 약점을 집중 지도한다.

 하지만 수성구 학교들도 서울대 합격생이 갈수록 줄고 있다. 경신고는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까지 해마다 서울대에 25~30명을 합격시켰다. 외국어고와 같은 특목고의 강세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대구=송의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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