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연비절감 기술 세계 최고 … 한국 조선업체들은 미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고유가에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항공·해운사들은 연료값이 올라서, 자동차업체들은 차가 덜 팔릴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또 전자 등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은 업종의 기업들도 물류비용 상승에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당장 직격탄을 맞는 건 항공업계다. 대한항공은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경우 연간 약 35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110억원의 추가 연료비 부담이 생긴다. 이로 인해 항공사들은 마른 수건 짜기에 들어갔다. 심지어 운항시간대별로 승객들이 얼마나 물을 마시는지도 점검하고 있다. 소비량에 맞춰 마시는 물 탑재량까지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이에 더해 기름값이 더 오르기 전에 미리 사두는 연료량을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자동차업계는 대형차 판매가 타격을 볼 것으로 보고 친환경·고연비·소형차 마케팅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아반떼·엑센트 등 지난해 출시한 고연비차와 벨로스터, 신형 모닝 등 소형차 판매에 힘을 쏟기로 했다. 또 올해는 쏘나타와 K5 하이브리드 모델도 출시한다. 한국GM은 한발 더 나아가 전기차인 쉐보레 볼트를 올해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정유업계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고유가에 정부의 기름값 인하 압박이 겹쳐서다. 원재료인 원유값은 오르는데 기름값을 올리자니 정부 눈치가 보이고, 그야말로 샌드위치 신세다. 원유값뿐 아니라 국내 기름값의 기준이 되는 국제 휘발유·경유가도 오르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국제 휘발유값은 배럴당 109.88달러로 2008년 9월 1일(117.04달러) 이후 2년5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유가가 내심 반가운 기업들도 있다. 건설·조선업종이다. 건설사들은 유가 상승으로 주머니가 넉넉해진 중동 산유국들이 인프라 투자를 늘리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다만 리비아 사태 같은 중동 국가들의 정정 불안이 큰 변수가 될 수 있어 건설사들은 현지 정세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조선업체들은 고유가로 글로벌 석유업체들이 미뤄 왔던 심해 유전이나 가스전 개발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때 필요한 해양 채굴시설과 플랜트는 국내 조선사들이 싹쓸이하는 분야다. 실제로 국내 조선사들은 올 들어 해양시추선(드릴십) 15척 등 120억 달러어치를 수주했다. 꼭 해양 플랜트 때문이 아니더라도 고유가는 국내 조선사들에 유리한 여건을 만들어 준다는 분석도 있다. 기술력이 뛰어나 연비가 높은 배를 만들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 이석제 연구원은 “한국 컨테이너선의 연비가 중국산보다 10~15% 높다”며 “유가가 오를수록 비싼 값을 주고서라도 한국 배를 사겠다는 선주들이 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권혁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