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저 1]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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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 지크문트 프로이트(1856∼1939)
의 “꿈의 해석”은 20세기 인류로 하여금 자신의 마음을 새로운 방법으로 살펴보게 했다. 두루뭉실한 덩어리로 생각되던 인간의 정신을 입체적 구조를 가진 형체로 파악함으로써 분석적 시각의 적용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19세기 후반까지 인간의 정신에 대한 관점은 종교적 관점과 과학적 관점으로 양분돼 있었다.
과학적 관점을 추구하는 신경학자들은 인간의 정신이 육체의 물질적 조건에 좌우되는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19세기말이 되면서 최면술을 이용한 임상실험을 통해 물질적 조건의 변화 없이 정신현상 안에서만도 중요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고, 정신을 독립적인 탐구영역으로 보는 프로이트의 관점은 이 인식 위에 세워진 것이었다.

“꿈의 해석”에 혁명적 힘을 실어준 결정적 요인은 1897년 이래 프로이트가 행한 ‘자기분석’이었다. 1백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자신의 정신분석은 정신분석가들에게 거의 불가능한 일로 인식된다. 프로이트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비롯해 객관적 관찰로 파악해온 정신현상들을 자신의 정신세계 속에서 확인함으로써 자신의 학설에 시대를 뛰어넘는 힘을 담았던 것이다.

“꿈의 해석” 초판 6백권 가운데 불과 1백23권이 1년 동안 서점에서 팔렸지만 그 사이 권위 있는 학술지에 10편의 서평이 실릴 정도로 학계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정신현상의 고찰을 물질적 조건에서 독립시킨 프로이트의 관점은 분자생물학의 발전으로 생명현상의 물질적 조건이 깊이 파헤쳐지기 전 단계에서 정신현상의 체계적 탐구를 극대화하는 길이 되었다.

대다수 인류가 전통의 안온한 서식처에서 끌려나와 충격으로 가득 찬 생활조건을 가지게 된 20세기에 프로이트의 정신관은 일반인의 정체성 확인 욕구에도 널리 이용되었다. 20세기 사람들에게는 과학을 신앙의 대상으로 여긴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있거니와, 프로이트의 정신과학은 수많은 사제(司祭)
들을 통해 대중을 지배했다는 점에서 종교의 역할을 가장 뚜렷하게 수행한 분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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