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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불똥 … 은행주 “울고 싶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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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잇따른 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여파로 은행주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삼화저축은행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영업정지 명령을 받은 날은 1월 14일. 이날부터 21일까지 은행 관련 주는 대부분 10%가량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5%가량 떨어졌다. 은행주의 약세가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은행주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삼화저축은행의 영업정지 후 시장 불안이 진정되리라던 기대에 어긋나게 부산·대전저축은행 등 6개사가 잇따라 영업정지를 당했기 때문이다. 일부 저축은행에서 예금 인출(뱅크런)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도 시장의 불안감을 방증한다.

 저축은행 부실의 불똥이 은행으로 튀고 있는 것은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참여하는 은행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여기에 예상보다 많은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한다면 은행의 부담도 그만큼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가세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저축은행 사태로 인한 시중은행의 영향으로 ▶저축은행에 단기 자금 공급 ▶KB·신한·우리·하나 4대 금융지주사의 저축은행 인수 ▶예금보험기금의 공동 계정 도입 등 세 가지를 꼽았다. 4대 은행과 정책금융공사는 각각 4000억원씩 총 2조원을 저축은행에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담보대출 형태로 자금을 공급하고 대출금의 50%는 정책금융공사에서 손실보증을 하기 때문에 손실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 영업이 정지된 7개 저축은행의 총자산 규모는 12조원으로 4대 금융지주사 자산규모의 1.2%에 불과하다.

 이고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저축은행 사태가 부각되며 은행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지만 저축은행 사태의 실질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은행주의 가격은 ‘싸다’는 게 전문가의 공통된 시각이다. 현재 은행 업종의 평균 주가순자산배율(PBR)은 0.9배다. 지난 1년을 기준으로 보면 가장 낮다. PBR이 1 이상인 종목은 자산가치에 비해 주가가 높고, 1 미만인 종목은 자산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게 평가돼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도 은행에 대한 시각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은행주가 싸지만 요즘처럼 금융시장 위험이 커지는 시점에선 투자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심리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박정현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금융시장의 위험이 커지는 시점에서는 주가가 싸다는 논리로 접근하는 것보다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시기에 투자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며 “다만 현재의 주가가 매우 낮은 것은 틀림없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바닥 여부를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저축은행주는 21일 주요 종목을 중심으로 강세를 보였다. 부실 저축은행 ‘솎아내기’로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솔로몬저축은행은 3.81%, 서울저축은행은 1.79%, 진흥저축은행은 1.83%, 제일저축은행은 1.71% 상승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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