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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국영화 실험정신 과시한 ‘파란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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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국 영화의 실험정신, 도전정신에 찬사를 보낸다. 61년 전통의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박찬욱·박찬경 형제 감독의 영화 ‘파란만장’이 단편 경쟁 부문에 주어지는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장·단편을 통틀어 한국 영화가 칸·베를린·베니스 등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기는 처음이다. 더구나 ‘파란만장’은 스마트폰으로 찍은 영화로서 최초의 수상 기록까지 남겼다. 정보기술(IT) 강국의 영화인답게 새로운 길을 개척해 값진 성과를 이룩한 것이다.

 이번 베를린 영화제에서 올해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나온 양효주 감독의 졸업 작품 ‘부서진 밤’이 단편 부문 2위에 해당하는 은곰상을 받은 것도 이에 못지않은 쾌거다. 우리는 양씨와 동문인 젊은 여성 시나리오 작가가 생활고와 병고에 시달리다 지난달 말 월셋집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가슴 아픈 사건을 아직 잊지 못한다. 역경을 견디며 영화를 비롯한 예술 창작 활동에 매진하는 젊은이들이 어디 이들뿐이겠는가. 정부가 정책적 뒷받침을 통해 최소한의 여건이라도 마련해주길 기대한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극장 수익은 늘어났으나 영화 관객 수는 2005년 이후 최저였다. 그러나 평균 영화관람료 상승과 IPTV 같은 다른 감상 수단의 보급 확대를 감안하면 비관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특히 아이폰4로 촬영한 ‘파란만장’처럼 스마트폰이 영화 제작의 새로운 수단으로 활용되는 추세는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10월 처음 열린 ‘아이폰필름페스티벌’에도 아이폰으로 만든 단편영화 12편이 선보여 호평 받았다. ‘파란만장’의 경우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 대기업(KT)의 제작비 후원, 영상·조명을 보강하는 부가장비 사용 등의 이점을 누렸다지만, 아마추어·일반인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편집한 작품들이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이제 시간문제다.

 중요한 것은 역시 젊은 영화인들의 ‘꿈’과 ‘끼’다. 굴하지 않는 도전정신이다. 지난해 신규 방송채널사업자들이 확정됨으로써 영상물 제작·공급·소비를 둘러싼 국내 환경도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창의력과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젊은이들의 작품이 국내외로 쭉쭉 뻗어나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