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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고라미디어 편집국장 조영우군 부모의 경제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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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언론미디어인 틴고라미디어의 사업·편집국장, 청소년 사회활동 모임인 한국청소년미래리더연합의 대외협력국장, 나라사랑미디어대전의 조직위원장.

 고교 1학년인 조영우(17·경기도 성남시 늘푸른고 1)군이 맡고 있는 직함이다. 올 봄엔 청소년 뉴스사이트인 나린뉴스의 최고경영자도 맡을 예정이다.

 모두 경영과 관련된 체험활동이다. 인력운용은 물론, 대외 협력·후원을 유치하고, 사업·행사도 기획해야 한다. 모두 돈을 관리하는 업무다. 짜임새 있는 계획을 세워 효율적인 지출을 하는 재무관리 능력이 필요하다.

 하나도 제대로 하기 힘든데 네 개 활동을 동시에 수행한다. 더불어 스스로넷 뉴스 등 청소년뉴스 미디어의 학생기자로도 3년째 활동하고 있다. 조군은 이 모든 게 “어릴 적부터 배운 경제교육 덕”이라고 말했다. “유·초등 때부터 돈을 어떻게 쓰고 벌어야 하는지를 습관처럼 익혔다”며 부모의 조기경제교육에 대해 설명했다.

낭비습관 고치고 돈의 인성·검소·겸손 배워

 조군의 어머니인 유현숙(56·경기도 성남시 분당)씨는 “돈을 불리는 과정을 배우라”며 당시 6살이던 아들에게 통장을 만들어줬다. 주위 어른들께 받은 과자 값, 설날 세배 돈, 심부름으로 받은 용돈 등을 저금하게 했다.

 유씨는 수입이란 무엇이며, 지출은 어떻게 하고, 은행은 왜 이자를 주는지 등에 대해 하나하나 친절하게 아들에게 설명했다. 조군은 “초·중학생이 되자 내 통장과 용돈기입장 내용을 점검하시면서 불필요한 소비를 부추긴 낭비 요인과 습관을 지적해주셨다”고 떠올렸다.

 고교생이 된 지금은 아들을 믿고 사용내역을 추궁하지 않는다. 자율과 책임만 묻는다. 그 덕에 부모의 제재를 받는 또래와 달리 조군은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구입해 자유롭게 사용한다. 조군의 가정이 넉넉해서가 아니다. 왜 필요한지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계획과 효율성으로 부모를 설득했다. 이어 스스로 용돈과 학생기자 활동비로 충당했다. 실천과 책임의식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조군은 “돈에 앞서 인성·검소·겸손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셨기 때문”이라며 어머니의 경제교육의 철학을 설명했다. 인성은 돈을 가치 있게, 검소는 돈을 효율적으로 쓰란 설명이다. 겸손은 돈과 사람에 대한 예의와 책임을 갖추라는 뜻이란다.

 이 때문에 조군은 기업을 찾아가 당당히 후원과 협력을 요청한다. 또래들은 창피해하며 머뭇거렸을 일이다. 조군도 처음부터 그러진 못했다. 한번은 청소년뉴스사이트의 학생기자로 활동하던 중3 때였다. 청소년신문 제작비를 후원 받으려고, 한 생활용품 대기업의 문을 두드렸다. 어느 부서 어떤 사람을 찾아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수 차례전화한 끝에 담당자를 만났다.

 보여주려 한 홍보자료는 많았지만 말도 제대로 못 꺼냈다. 가져간 신문 견본을 간신히 꺼내 보이며 청소년이 좋아하는 기사를 실어 광고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조군은 “지금 생각해보면 앞뒤도 맞지 않는데, 학생이 예의를 갖춰 솔직함과 책임감을 보인 모습에 협찬을 결정하신 것 같다”고 회상했다.

 조군은 6월에 첫 나라사랑미디어대전을 열기 위해 조직위원장이 돼 후원기업을 찾아 다니고 있다. 청소년이 태극기를 그려보고 무궁화를 소재로 사진·영상을 촬영하며 애국심을 높이는 대회다. 청소년모의국회대회도 준비 중이다. 조군은 “예전엔 무작정 찾아가 요청했을 것을, 지금은 후원기업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논의한다”고 말했다. 조군은 미디어경영자가 되는 것이 꿈이다.

 조군은 “조기 경제교육을 배우면 공부에도 도움이 크다”고 말했다. 교과서를 볼 때나 수업을 들을 때 “내용과 연관된 사례를 떠올려 내용을 쉽게 이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 덕에 흐름의 맥을 짚어야 하는 언어·도덕·국사 과목의 성적이 좋은 편이다. 특히 현상과 관계를 이해해야 하는 사회·경제 과목 성적이 우수하다.

경제뉴스 챙겨보니 배경지식과 공부에 도움

 조군의 아버지인 조세현(61)씨의 가르침도 한 몫 했다. 조씨는 아들이 초등 6학년이 되자 아들의 저금에 더 보태 건설업계 주식을 구입했다. 조군의 이름으로 마련한 생애 첫 주식이다. 조씨는 주가의 변동 그래프를 아들과 함께 보면서 원인과 배경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회사의 재무구조·경영상태·사업분야 등의 변화와, 그에 따른 수익의 변화를 분석하는 법을 알려줬다. 정부정책과 사회사건의 파급을 고려해 주식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연습도 했다. 한번은 조군이 “주가가 최고조로 오른 것 같으니 이 때 팔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조씨는 “더 기다려야 한다”며 반대했다. 조군은 “이후 주가가 하락해 투자금의 절반을 잃기도 했다”며 “아버지가 “다른 데에 그 얘기를 얘기하지 말라”며 손사래를 치신다”고 웃었다.

 조군은 아버지를 따라 일찍부터 경제뉴스를 읽었다. 지금도 경제기사와 뉴스를 습관처럼 챙겨 본다. 시사용어사전을 곁에 두고 뉴스에 나오는 경제용어를 찾아 읽는다. 대학생수준인 『멘큐의 경제학』『투자이야기』『광고론』등도 읽었다. 그러다 보니 조군은 “사회현상에 관심을 갖게 돼 학생기자로도 활동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례와 여파같은 배경지식을 알고 있어서 교과서의 그래프나 도표 등을 해석할 때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PC방 게임이나 군것질로 하루에 1만~2만원을 쉽게 쓰는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친구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계획적이고 가치 있게 쓰는 법을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 유현숙씨가 아들 조영우군에게 제시한 조기 경제교육 방법

- 예금통장 만들기 어른이 주신 용돈과 세배 돈을 저금해, 이자가 불어나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 주식 구입하기 중·고교생 때 주식을 구입, 주가와 관련된 사회현상과 경제흐름, 기업과 투자·생산 간 상관관계를 이해하게 한다.
- 용돈기입장 쓰기 불필요한 소비를 부추기는 낭비 습관을 바로잡는다.
- 계획논의 뒤 구입하기 물건의 필요성과 실용성에 대해 부모와 논의하며 충동적 구입 행동을 바로 잡는다.
- 함께 장 보며 모범 보이기 부모가 함께 장을 보며, 가격·내용물·품질 등을 비교하면서 합리적인 소비행동의 모범을 보여준다.
- 소비규칙 정하기 소비행동에 대한 규칙(범주)을 정한 뒤, 낭비습관에 대해 자제·조절·대체 등 올바른 소비태도를 기른다.

[사진설명] 조영우군은 “경제뉴스를 챙겨 보니 사회현상을 이해하고 배경지식이 넓어져 공부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군이 자신이 읽고 있는 경제 관련 도서들을 보여주고 있다.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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