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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늦어져 F-22만큼 비싸져 ‘보급형 스텔스’ 퇴색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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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호 11면

미국의 야심 찬 스텔스 전투기 개발 계획이 ‘존폐 위기’라 할 만큼 비틀거리고 있다. 미군은 최소 3000대 이상의 전투기를 필요로 한다. 공군 2000대 이상, 해군·해병 1000대 이상이다. 그래서 미국은 ‘스텔스계의 지존’이라 꼽히는 F-22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했다. 그러나 너무 비쌌다. F-22 전투기의 생산가격은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1.7억 달러 내외. 그러나 너무 비싸서 6000만 달러 내외의 저렴한 보급형 스텔스 F-35를 만들어 부족한 물량을 채울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 역시 F-22보다 더 심각한 문제, 즉 개발 일정 지연과 예산 상승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F-22의 경우도 개발 예산의 상승으로 600여 대 이상 생산 계획을 포기하고 187대 생산으로 마감했다.

존폐 위기 겪는 미국 F-35 프로젝트

미 회계국의 2010년 9월 보고서는 “F-35의 개발 일정은 이미 5년 정도 지연됐다”고 지적했다. 개발 완료는 2010년에서 2016년으로, 초기작전배치(IOC)는 2012년에서 2017년으로 5년 이상 연기됐다. 개발 예산은 60% 정도 상승했다. 2001년 2310억 달러였던 F-35 사업 추정 총예산(양산비용 포함)은 이미 3815억 달러로 올랐다. 운용유지비도 2010년 기준 대당 연 520만 달러가 됐다. 이는 2002년 제시된 비용보다 3배 이상 상승한 것이다. 기체 가격도 6900만 달러에서 1.3억 달러 이상으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F-22의 성능에 못 미치면서 가격만 따라붙어 저가의 보급형 전투기라는 의미는 퇴색했다.

유럽의 국방·방산 시장 동향 분석 전문 업체인 틸 그룹의 항공우주산업 분석가인 리처드 아보우라피아는 “너무 커서 돌이킬 수 없다는 말(大馬不死)은 F-35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민수·군사용 어느 쪽에서도 지난 10년 동안 이 정도의 일정 지연이나 가격 상승이 있었던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일정 지연의 주된 이유는 소프트웨어 개발 난항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이 늦춰져 테스트 일정이 지체되고 전체 일정은 지연된다. 아직도 예산과 시간이 얼마나 더 들어가게 될지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 네덜란드 의회의 2009년 9월 ‘F-35 시장 분석 보고서’는 “미군의 장기 예산계획에 따르면 현재의 높아진 가격으로 미 공군과 해군·해병용으로 계획된 2443대 생산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미국 정부의 심각한 재정적자도 큰 장애물이다.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2010년 미 정부는 2015년까지 2000억 달러의 예산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절반인 1000억 달러가 국방비에서 감축된다. 미 대통령 지시로 미국 정부재정개혁 책임을 맡은 특별위원회의 2010년 11월 보고서 ‘일러스트레이티브 세이빙즈’에 따르면 F-35의 생산 대수 감축이나 해병용 수직 이착륙형인 F-35B의 개발·생산을 포기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렇게 하면 국방비 절감액의 40%가 넘는 410억 달러가 절약된다.

거기에 미 의회의 ‘넌-매커디(Nunn-McCurdy) 법’이 눈을 부릅뜨고 있다. 이 법은 1983년 상원의원 샘 넌과 하원의원 데이브 매커디가 미국의 무기 구입 가격을 낮추기 위해 만든 법이다. 무기 개발이나 획득 비용이 당초 예산보다 15% 이상 올라가면 의무적으로 미 의회에 보고하고 25% 이상 올라가면 개발·획득을 폐기하도록 돼 있다. 다만 25% 이상 올라도 미 국방부가 계획을 변경하거나 해당 프로그램이 국가 안보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증명하면 계속될 수 있다.

2010년 9월 23일자 미국 의회 보고서(CRS 리포트)는 “2010년 3월 20일, 국방부가 스텔스 프로그램이 넌-매커디 법을 위반했음을 공개했다. 2002년 예산을 기준으로 예산이 57~89%가 넘었다”고 지적했다. 정부 회계국도 2010년 3월 “비용 상승, 일정 지연,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기술적 문제들이 F-35 전투기 프로그램의 위험성을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미군이나 록히드 마틴사는 “모든 게 잘 돼가고 있다”고 한다. 2010년 3월 CRS 리포트는 “록히드 마틴의 존 켄트 대변인은 ‘F-35의 시험 비행 프로그램은 전반적으로 예정을 뛰어넘고 있다. 다만 단거리 이륙이나 수직 착륙 부분에서만 지연되고 있다’는 말만 한다”고 했다. F-35 개발 미군 책임자인 벤렛 중장도 2월 15일 “기존 계획대로 생산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쨌든 미 의회는 고민이다. F-35 사업의 감축 또는 포기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수주일 안에 어떤 방향으로든 결론을 내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2010년 3월 “2년 안에 성능, 비용, 일정상의 궤도 수정이 불가능하다면 사업을 중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2011~2015년 생산키로 했던 수직 이착륙형 F-35B형 124대 생산을 2016년 이후로 연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B형 외의 표준형까지 건드릴 수 있을지는 말하기 어렵다. 미군에 별다른 대안이 없기도 하지만 9개 공동개발국이 참여한 상태라 외교 분쟁이 될 수 있어 마음대로 수정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실제로 생산 물량 축소를 결정하더라도 발표는 늦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미 2009년 작성된 네덜란드 의회 보고서도 “실제보다 훨씬 적은 물량이 거론됐지만 상업적이고 공적인 이유 때문에 공개적으로 언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었다. 그러나 더 이상의 비용증가는 감내할 수 없어 의회와 미 정부 모두 심각하게 대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논의되는 대안으로 ▶F-35 계획을 일부 또는 전부 포기 ▶2분의 1 수준으로 생산 감축 ▶기존 F-16E 전투기 성능을 개량해 양산하는 것 ▶무인공격기 양산 ▶차세대 중거리 폭격기 개발 양산 등이 논의되고 있다. 미 회계국 보고서에 따르면 그 가운데 개발비 상승의 주원인인 F-35B형의 개발 포기와 A/C 형 양산 물량의 50% 축소가 가장 가능성이 큰 대안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총생산물량은 1200~1300대로 축소된다.

문제는 물량 감축이 기체당 생산가격 상승으로 직결된다는 점이다. F-22가 겪었던 ‘물량 축소-가격 상승’이라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특히 미군과 공동개발국을 제외한 기타 국가의 물량 감축은 심각하다. 국제적으로 유명한 항공전문 분석가인 뵈더와 노트의 2009년 분석자료에 따르면 2001년 록히드 마틴사가 고려한 F-35 예상 주문수량은 5179 대였다. 미 공군·해군 2852대, 공동개발국 771대, 기타 1556대였다. 그러나 2010년의 숫자는 3000여 대 내외로 판단하고 있다. 미군은 재정적자로 축소하고, 공동개발국들도 구매 축소 및 연기를 하며 많은 잠재 구매국가도 일정 지연과 가격 상승으로 대부분 발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물량 축소에 대한 대안을 어떤 전투기로 할 것인지도 논쟁 중이다. MQ-9 같은 무인공격기의 대량 배치의 경우 저렴한 대안으로 선호되지만 “무인기가 아직은 전투기의 임무를 다 대체할 수 없다”는 조종사들의 반대의견이 강력하다. 무인기 대량 운용에 요구되는 넓은 주파수 대역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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