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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촌리 아낙네들의 작은 반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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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방영될 MBC '전원일기' (오전11시) 에는 재미있는 장면이 나온다. 면민(面民) 의 날을 맞아 부녀회가 주최한 마을 퀴즈대회에서 양촌리 아낙네들이 결혼하면 잃어버린 자기 이름을 찾게 된다.

수남 엄마는 고순영, 복길 엄마는 김혜숙, 재동 엄마는 이혜란, 쌍봉댁은 이명숙, 병태 아내는 조윤희, 그리고 금동 아내는 이남영으로 소개된다.

지금까지 ○○엄마 혹은 ○○댁으로 불리던 양촌리 아줌마들이 '전원일기' 9백36회만에 처음으로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걸고 출연하는 것. 보기에 따라 사소할 수도 있지만 그동안 이름도 없이 세월을 보냈던 아줌마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의미 있는 사건이다.

특히 MBC 최장수 드라마로 농촌과 고향에 대한 그윽한 향수를 불러일으켜 호평을 받았지만 "가부장적 가치관을 그대로 노출한다" "변화하는 농촌모습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는 따가운 비판도 동시에 받았던 '전원일기' 의 변신이라 주목된다.

이런 변모는 다음달 5일 방송될 '그들만의 선거' 에서도 계속된다. 양촌리 부인들이 부녀회장 선거를 계기로 마을 현안을 놓고 이장과 대립하게 되면서 여성의 목소리를 높이게 되는 것. 주로 여자들이 '일' 을 저지르면 남자들이 나서 수습하는 예전과 크게 달라진 구도다. 지난 14일에도 양촌리 부인들은 읍내 단란주점에 간 남편들을 혼내주는 내용을 다뤘었다.

그렇다고 제작진은 남녀의 대결에 초점을 맞출 생각은 없다. 권이상 PD는 "의도적으로 여성의 지위를 격상시킬 생각은 없다" 며 "두 달 전부터 농촌현실을 가급적 충실하게 담는 쪽으로 제작방향을 돌리다 보니 종전보다 여성의 몫이 커지게 됐다" 고 설명했다. '전원일기' 의 탈바꿈이 과연 어느 선까지 진전될지 지켜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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