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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해적 퇴치, 국제사회가 나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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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김원태
KSS해운 상무이사

21세기는 첨단 과학기술과 지식정보화를 바탕으로 한 고도의 문명시대다. 하지만 그 이면엔 아직도 바다에 해적이 출몰하는 문명 비대칭이 존재한다. 삼호드림호에 이어 피랍된 삼호주얼리호는 다행히 우리 해군의 구출작전으로 풀려났지만, 아직도 세계적으로 38척의 선박이 해적들에게 억류돼 있는 상태다. 지난달에도 이탈리아 국적 원유수송 선박이 인도양에서 피랍됐다. 종전에는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려고 소말리아 인접 아덴만을 통과하는 선박과 북동 아프리카과 예멘 등 지역을 지나는 선박만 위험에 노출됐었다. 그런데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항로 중 하나인 중동 항로마저 해적 출몰 해역이 된 것이다.

 한국은 원유를 비롯해 대부분의 원자재와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한다. 물론 선박을 이용해서다. 특히 원유와 각종 석유화학 제품은 대부분이 중동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해적이 출몰하는 인도양을 거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민간 선박으로선 불시에 이뤄지는 해적의 공격을 피할 재간이 없다. 최근 한국을 포함한 각국이 피랍 선박을 구출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지만, 이에 앞서 피랍되지 않도록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정부도 선박회사에 대피처를 설치하거나 해적 침입 방지 설비를 설치토록 권장하고 보안요원 탑승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선박회사의 비용 부담만 늘릴 뿐 근본적인 방안은 못 된다. 언제까지 세계 각국의 민간 선박들이 두려움에 떨면서 운항해야 하는가. 오히려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해적의 근원을 없애는 데 적극 나서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본다. 소말리아 해적 문제는 피해를 당한 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힘을 합해 해결해야 할 현안이다.

 오랜 기간 식민지배를 겪으며 타국의 어장 침탈과 연근해 오염을 목격한 소말리아인들의 방어행위가 해적 행위로 번졌다고 한다. 그 결과 해적질에 대한 죄의식도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해적질이 애국행위로, 기아 탈출을 위한 생업으로 인식되면서 아덴만을 벗어나 인도양까지 원정을 나가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면 유엔 등 국제기구가 나서야 한다. 식량 원조와 경제개발자금 지원 등 개발도상국 지원 프로그램을 소말리아에 우선 적용하고, 선진국의 공적개발원조(ODA)를 확대하는 등 소말리아의 경제 회생과 사회 안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해적질이 빈번한 아덴만과 인도양을 특별구역으로 선포해 한시적으로 상선과 어선 등 일반 선박에 대해 무기를 규제하고 불시 검사하는 방안이 있다. 무기를 소지한 선박과 선원을 해적으로 간주해 단속하면 어선으로 행세하다가 갑자기 해적으로 돌변하는 행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지구촌 자유무역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21세기 해적을 개별 국가 차원으로 접근해 선박에 대피처를 마련한다거나 보안요원이 탑승하는 등 수비 중심의 대응책으론 발본색원이 어렵다. 소말리아 경제개발 지원과 국제적인 규제·단속이 병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후진국을 벗어난 경험이 있는 한국이 앞장서 기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침 유엔 사무총장도 한국 출신이 아닌가.

김원태 KSS해운 상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