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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경전철 … ‘세금 낭비’ 분노 안 한 시민·의회 … 재앙은 예고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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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용인 경전철㈜과 용인시가 적자 보전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완공된 지 8개월이 됐는데도 경전철은 달리지 못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경전철은 달리고 싶어 한다. 문제는 바퀴가 굴러갈수록 시민의 세금이 크게 낭비된다는 점이다. 민선 지방자치시대가 되면서 선출된 시장들은 업적을 쌓아야 한다는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다음 선거를 위해서다. 하지만 시 재정은 튼튼하지 않다. 사업성이 없다 보니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다. 그래서 나온 게 적자를 보전하겠다는 약속이다. 이게 화근이다. 적자는 모두 세금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용인경전철은 BTO(Built Transfer Operate: 건설 이전 운영) 방식으로 건설돼 소유권은 용인시가 갖는다. 민간 사업자는 대신 30년간 운영권을 가진다. 2004년 7월 계획을 확정할 때는 사업성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하루 평균 승객을 14만 명으로 예측했다. 이 기준에 따라 최소운영수입보장(MRG·적자운영비 보조금) 비율을 90%로 정했다. 요금 수입이 예상치의 90%에 못 미치면 그 차액을 용인시가 보전해 준다는 뜻이다. 익명을 요구한 용인시 관계자는 “적자를 메워준다고 해야 민간 사업자를 끌어들일 수 있어 MRG 90%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승객이 없어도 적자를 메워준다니 투자자가 나섰다. 대림산업·교보생명·교직원공제회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용인경전철㈜을 세우고 경전철 건설에 뛰어들었다. 4년간 1조100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도로망 확충 ▶광역버스 도입 ▶통합환승요금제 시행 등으로 경전철을 탈 승객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다. 그런데도 시의회와 시민들의 감시는 없었다. 박순옥 용인시의회 전 의원은 “경전철 사업이 처음에는 장밋빛으로 그려지다 점점 방만성이 드러나 세금 낭비가 불가피해졌지만 의회도 시민들도 감시의 눈길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2009년 말에 시와 용인경전철㈜은 협상을 해 MRG 비율을 79.9%로 조정했지만 이것도 높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7월 취임한 김학규 시장은 “지금 계약대로라도 시가 연간 550억원의 적자를 메워야 하기 때문에 시 재정은 파탄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엄청난 세금 낭비가 뻔히 예상되는데도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시 수요 예측치를 확정한 이정문 전 시장은 “전문위원들이 그 숫자로 맞춰서 보고했다”며 책임을 전문위원들로 돌렸다. 용인경전철㈜은 강경하다. 총무팀 최승혁 부장은 “용인시에 계약해지를 통보했고, 앞으로 법원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본안 소송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성대학 복지학부 김혜란 교수(한국행정학회 이사)는 “용인경전철 사태는 자치단체장뿐만 아니라 의회의 기능에도 의심을 던진다”며 “지방의회가 집행부 감시라는 제 역할을 다할 때 예산 낭비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글=정영진·최모란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경전철=통상 10량 이상인 전철에 비해 1~3량으로 구성되며 크기도 작다. 15~20㎞ 도시구간을 운행한다. 운행속도도 시속 60~80㎞로 일반 전철보다 떨어진다. 용인경전철이 실제 운행되면 15개 역 18.1㎞ 구간을 이동하는 데 25~30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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