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의 골프 비빔밥 <6> 귀에 쏙쏙, 좋은 레슨 선생님 구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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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겨우내 묵혔던 근육을 푸느라 동네 연습장에 들렀다. 레슨 프로 한 분이 여성 한 분을 붙잡고 심각하게 레슨을 하고 있다. 사뭇 진지해 보이는 광경이다. 그런데 아주머니의 연속되는 미스 샷에 레슨 프로가 짜증을 낸다.

“제발 생각 좀 하면서 치세요!”

‘뭘 생각하라는 거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 프로님을 불러다 물어보고 싶어진다. 오히려 ‘생각’은 그쪽이 해야 하는 건 아닌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스윙은 아주 단순한 동작의 반복일 뿐인데 말이다. 스윙은 다트를 던지는 것과 비슷한 것이고, 던지는 행위에 대해 아무런 고민이나 생각이 없어야 목표에 집중할 수 있을 텐데. 그렇다면 배우는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반복만 하면 되도록 연구하고 고민해야 하는 것은 가르치는 쪽이 아닐까.

마음골프학교에서는 미스 샷의 원인을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나눠서 본다.

첫 번째는 ‘기본’이 잘못된 경우다. 그립, 셋업, 에이밍, 스윙의 궤도 뭐 이런 것들이다. 이는 건물의 기초와 같은 것이어서 그게 잘못돼 있으면 지금 당장은 공이 잘 날아간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병이 난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서 연습하는 사람 대부분은 그런 기초 사항들을 조정해서 이상적인 구질을 만들려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어서 늘 기본으로부터 상당히 벗어나 있다. 기본을 바로잡음으로 해서 일시적으로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일단 기본으로 돌아갈 것을 제안한다.

두 번째 원인은 ‘욕심’이다. 꿈과 희망, 향상 욕구가 잘못된 건 아니다. 연습량과 몸의 상태에 대비해 볼 때 기대 수준이 지나치게 높은 건 욕심이라 할 만하다. 연습도 하지 않고 의욕만 앞서면 결과는 언제나 미스 샷이다. 스코어든 샷의 구질이든 투입된 시간과 노력 대비 적절한 목표를 설정하지 않고 대증적인 처방만 하면 미스 샷이 절대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 오랜 경험의 산물이다.

마지막 세 번째 원인은 ‘무지(無知)’다. 저속 운동에서의 경험을 고속 운동에 적용하려 한다든지, 공과 클럽이 만나는 장면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든지, 본능적인 욕구에 지배를 받고 있는 자신을 직시하지 못한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골퍼들이 가지고 있는 오해와 편견, 잘못된 이미지나 착각이 엄청 많은데 그걸 들어내고 바로잡지 않으면 아무리 몸 동작을 고쳐주어도 언제나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기본이 잘못된 사람은 기본을 고쳐주면 스윙이 좋아지고, 욕심쟁이는 욕심을 줄이면 스윙이 편해진다. 무지한 사람은 오해가 풀리면 스윙이 자연스러워진다. 그 어떤 원인이든 납득이 갈 때까지 충분히 설명해 주고 나면 그 다음에는 올바른 동작을 몸에 익힐 수 있도록 끊임없이 반복하는 과제만 남을 뿐이다.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사람의 설명이나 글은 어렵고 복잡하다. 그러니 쉽게 설명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구하고 환자(?)에게 딱 맞는(아무 생각 없이 반복하기만 하면 되는) 좋은 연습방법을 제시하기 위한 치열한 고민은 바로 레슨 프로들의 몫이다.

봄을 맞아 스윙을 점검하거나 레슨을 받으려 한다면 좋은 선생님을 만나야 한다. 좋은 선생님의 조건이야 다양하겠지만 나쁜 선생을 구별하는 법은 간단하다. 모양 만들기에 집착하는 선생, 말로만 동작을 설명하는 선생, 나를 생각하게 만들고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선생은 나쁜 선생이다. 레슨을 받아봐야 좋은 선생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것이어서 좋은 선생님 만나기가 쉽지는 않다. 그렇지만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면서 차분하게 원리를 설명해 주는 사람이 좋은 선생님일 가능성이 크다.

마음골프학교(maumgolf.com)에서 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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