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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수희 장관 “국내입양 늘도록 입양가정에 실질 지원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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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왼쪽)이 17일 서울 개포동 장애아동 입양가정인 전순걸·신주련씨 집을 찾아 입양한 딸 아영양과 가족을 격려하고 있다. [뉴시스]

열한 살 소녀 아영이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방긋방긋 웃는다. 입을 벌려 소리도 지른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기분이 좋아요’라는 아영이 마음은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다.

  아영이는 태어날 때부터 뇌의 일부가 없는 뇌병변 장애 1급이다. 고개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장애가 심해 몸을 고정하는 휠체어 신세를 져야 한다. 그런 아영이 곁에는 늘 부모님이 함께 있다. 2000년 생후 1개월 된 아영이를 입양해 기르고 있는 전순걸(50·서울 강남구 개포동)·신주련(50)씨 부부다.

 전씨 부부는 아이가 셋이다. 큰 아들 현찬(22)이는 부부가 낳았다. 둘째 딸 하영(13)과 셋째 아영은 데려와 길렀다. 부부는 1998년 외환위기 때 아이들을 고아원에 보내는 가정이 많다는 기사를 접한 후 하영이를 입양했다.

 하영이를 키우는 재미에 곧 이어 아영이도 데려왔다. 8개월이 지나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의사는 “오래 못 살기 때문에 굳이 치료할 생각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부부는 “입양도 출산이나 마찬가지”라며 “아프건 건강하건 내 아이”라고 생각했다. 대전에 살던 부부는 2001년 아영이 치료를 위해 서울로 이사했다.

 아영이는 일주일에 나흘은 물리·언어·인지치료 등을 받는다. 차도는 없다. 하지만 신씨는 “재활치료는 아영이에게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라며 “몸이 덜 꼬이고, 음식을 잘 씹고, 배변을 잘하기 위해서도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가족이 사는 56㎡(17평) 아파트에는 아영이가 쓰는 고가의 의료보장구로 가득하다. 몸을 고정하는 특수 휠체어(300만원), 높이가 조절되는 재활장비(350만원), 목욕의자(300만원) 등은 모두 합하면 1000만원이 훌쩍 넘는다. 더구나 아영이가 자라면서 3~4년에 한 번씩 바꿔줘야 하기 때문에 중소기업 직원인 전씨 형편으로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신씨는 재활치료를 직접 배워 비용을 줄이고 있다. 신씨는 “외국처럼 교육과 치료를 같이 해주는 학교가 많이 생기고 정부 지원도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영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네가 터뜨리는 함박웃음만으로도 너의 존재 가치는 충분해. 넌 복덩어리야.”

  17일 보건복지부 진수희 장관이 아영이네를 방문했다. 진 장관은 “장애아동 입양의 92.5%가 해외입양인 현실을 고려해 국내입양 가정에 실질적인 도움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올해부터 장애아동 양육보조금을 매월 57만원에서 62만7000원으로 인상했다. 의료비 지원도 연간 252만원에서 260만원으로 늘렸다. 국내 입양아동은 2004년 1641명에서 지난해 1462명으로 줄었다. 이중 장애아동 입양은 3.2%인 47명에 불과했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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