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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중국 로케 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이 한국영화의 촬영지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촬영 중인 영화는 시네 월드의 〈아나키스트〉 와 태원엔터테인먼트의 〈비천무(飛天舞)〉두 편. 모두 내년 상반기 개봉을 목표로 열심히 찍고 있다.

2000년 5월 개봉 예정인 〈아나키스트〉는 '사실(史實)에 근거한 역사드라마. '1920년대 중국 상하이를 무대로 항일 비밀 결사체인 의열단(義烈團)의 활약상을 그린 힘 있는 내용이다. 의열단은 3.1운동이 일어나던 해 김원봉이 베이징에서 조직, 주로 상하이를 중심으로 활동한 독립투쟁단체다.

장동건·김상중·정준호 등이 출연하는 〈아나키스트〉(감독 유영식)의 촬영지는 〈패왕별희〉〈풍월〉등을 찍은 중국영화의 중심지 상하이 필름 스튜디오. 바람처럼 살다간 사나이들의 일생을 현지 올로케 촬영으로 생생하게 담는다. 시네월드는 총 제작비 20억원 중 8억원 정도를 상하이 필름 스튜디오에 주고 세트와 소품, 엑스트라 등 촬영에 필요한 일체를 지원받는다. 이 때문에 이 영화는 첫 '한.중 합작품' 으로 꼽히기도 한다.

한편 신현준·김희선·정진영이 주연하는 〈비천무〉(감독 김영준)는 순정만화가 김혜린의 동명(同名)스테디셀러 만화를 영화로 만드는 것으로 〈은행나무 침대〉와 〈귀천도〉의 계보를 잇는 무협 멜로물. 〈비천무〉의 주요 촬영지는 중국 상하이 인근의 '청명상하도(淸明上下圖)' 세트장. 이곳을 포함, 모두 16곳을 돌며 올로케 촬영하는데 중국 개봉을 목표로 이미 상하이 필름 스튜디오에 42만달러(약5억원)를 받고 사전 판매하는 등 기분 좋은 출발을 보였다.

그리고 우노필름도 내년 하반기 개봉할 김성수 감독의 신작 〈무사(武士)〉의 촬영을 역시 중국 현지에서 할 계획이다. 이 작품은 중국의 원.명 교체기에 사신을 수행했던 고려 무사들의 이야기로 장대한 중국의 풍광을 그대로 담기 위해 현지 촬영을 고려 중이다. 이밖에 영화는 아니지만 중국을 무대로 한 최민수 주연의 KBS TV 무협 드라마 〈무명천자〉가 기획되고 있어 중국 촬영붐은 영화에서 드라마로까지 옮겨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왜 중국일까. 시네월드의 조철현 상무는 국내 제작환경의 변화를 그 이유로 꼽았다. "국내에서 장르의 실험이 극에 달하자 새로운 소재와 분위기 쇄신을 위해 비교적 저렴하고 제작환경이 양호한 중국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는 것.

실제로 상하이 필름 스튜디오의 경우 고대 역사물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는 세트를 갖추고 있어 맘껏 영화를 찍을 수 있다. 게다가 국내에 비해 싼 인건비로도 고급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 국내와 비교해 비용절감 효과는 1인당 20% 정도.

그러나 이런 작업이 한국영화의 중국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중국은 홍콩영화조차 '외화 쿼터' (연간 20편)에 포함시킬 정도로 외국영화에 대한 완고한 자세를 고집하고 있기 때문. 우노필름의 차승재 대표는 "그러나 역사물의 경우 한국과 중국이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 우리가 적극 나서면 합작영화 제작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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