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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기업들, 中 WTO가입 앞두고 진출 붐

중앙일보

입력

대한항공 서울~베이징(北京) 노선은 지난주부터 탑승률이 부쩍 높아졌다. 최근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을 위한 미국과 중국의 협상 타결 이후 생긴 현상이다.

이 회사 중국 담당 이상운 차장은 "16일을 전후로 1주일을 비교해 보니 약 8%가 늘어났다" 며 "특히 기업 임직원들의 중국행이 눈에 띈다" 고 말했다.

기업들이 중국으로 몰려가고 있다. 중국이 조만간 WTO에 가입할 경우 중국 시장이 대폭 열리는데다 글로벌 스탠더드(국제규범)에 따라 사업 여건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 선점을 위해 앞다퉈 중국행에 나서고 있는 것.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SK그룹. SK는 다음달 6~8일 베이징에서 손길승(孫吉丞)회장과 최태원(崔泰源)SK㈜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사장단 회의를 열기로 했다.

崔회장은 지난달 말 베이징에서 사업방향에 대해 임직원들과 캔미팅(자유토론)을 가졌고, 孫회장은 이달 초 중국 우전부(정통부)장관 초청으로 현지에서 협력방안을 모색한 바 있다.

SK는 지난달 유승렬 구조조정본부장을 팀장으로 하는 중국사업기획본부를 베이징에 신설한데 이어 최근 10명의 임직원을 주재원으로 파견했다. SK 관계자는 "중국은 미래의 최대 시장이기 때문에 종전의 단순 교역.투자방식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며 "상호투자 또는 제3국 공동투자까지 포괄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 고 말했다.

전자.무역업계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중국TF팀을 만들어 대중국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LG 구자홍(具滋洪)부회장은 "세계적인 기업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먼저 들어가 터를 닦는 게 중요하다" 며 "한국은 연구개발과 고부가가치 제품생산 등을 맡고 중국은 글로벌 생산기지로 특화하는 쪽으로 전략을 짜고 있다" 고 말했다.

현대종합상사는 인터넷을 포함한 정보통신분야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주재원을 중심으로 시장동향을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현대 관계자는 "시기의 문제이긴 하나 중국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주재원을 늘리는 등 강화전략을 펴지 않을 수 없어 빠르면 연말 인사에 반영될 수도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중국에서 유통.부동산개발.물류.인터넷 분야의 새로운 사업거리를 찾는데 골몰하고 있다. 삼성전자.생명.화재 등도 현지시장 진출 확대방안을 마련중이다.

운수업계는 중국과의 교류가 더 활발해지면서 '중국 특수' 까지 기대하고 있다.

박성용(朴晟容)명예회장이 한중우호협회 회장인 금호그룹은 40여개 노선을 갖춘 고속버스 사업의 성공을 바탕으로 남북을 잇는 10여개 노선을 신설할 예정이다.

대한항공도 다음달 21일부터 중국 하이난성(海南省) 노선을 재개할 예정이며 내년에는 중국행 노선의 좌석수를 20~30% 늘릴 방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92년 한.중 수교 이후 우리 기업들이 중국으로 대거 몰려갔지만 상당수가 비싼 수업료만 지불하고 철수한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유진석 수석연구원은 "WTO가입 이후 중국시장이 커지겠지만 투자여건이 갑자기 좋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나친 기대는 금물" 이라면서 "다른 외국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경쟁력을 갖춘 업종을 중심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 이라고 맣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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