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정부의 은행경영 개입 바람직하지 않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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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자금 투입으로 국유화되거나 정부가 최대 주주인 은행이라도 정부가 은행 경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재계의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은 명지대 안종길 교수의 용역결과를 토대로 24일 발표한 `최근 은행위기 발생 원인과 당국의 대응'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정부는 이행 약정서에 제시된 경영 목표를 은행이 달성하지 못할 경우 책임추궁 등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 구조조정 과정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이 너무 커져 은행의 경영 자율성을 저하시키는 쪽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는 은행들이 스스로의 시장 기능에 의해 구조조정을 추진토록 간접 유도하는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제일.서울은행 해외매각 협상과정에서는 정부가 추가지원을 미리 제공하지 않아 부실 규모를 더욱 확대시킨 측면이 있고 이 때문에 매각 협상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으며 부실채권에 대한 손실 보전을 협상 타결 이후로 미루는 바람에 공적자금이 오히려 더 많이 투입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 성업공사를 통해 부실채권을 매입했는데도 은행들의 무수익 여신 비율이 여전히 높아지고 있어 정부는 자산 유동화 등을 통해 마련한 재원을 부실채권 추가 매입에 가능한 한 신속히 투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 위기 발생 원인에 대해 보고서는 ▶지나친 설비 투자 자금 공급 ▶ 수익성저하 및 원화의 엔화에 대한 고평가 ▶동남아 시장의 외환 위기 등으로 규정, 은행의 재무 건전성 확보를 노력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은행들의 자기 자본 비율이 최근 평균 9.84%까지 높아져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으나 완전 정상화됐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은행 재무구조의 지속적인 개선과 함께 여신 심사능력 제고, 구성원들의 인식 통일, 합병 및 업무 제휴 확대,소유.지배 구조의 합리적 개선 등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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