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설(世說)

영재 교육의 ‘KTX’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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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장

천재 송유근 군이 필자의 대학원생이 된 지 2년. 그를 지도하며 필자가 깨달은 사실들이다.

 첫째, 유근이 같은 어린이가 우리나라에 최소한 수백 명 있다. 초등학교 4~5학년 나이에 중학교와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모두 통과할 수 있는 어린이 수라고 보면 된다. 21세기에 태어나 키보드를 두드리며 자라는 어린이들은 스스로 천재가 될 수 있는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다. 천재 어린이들을 20세기에 교육받은 어른들이 이해하고 교육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미적분을 이해하는 초등학생을 그냥 내버려 둘 것인가. 아니면 유근이처럼 조기진학시킬 것인가. 부모의 고민은 시작된다.

 둘째, 천재 어린이들이 검정고시를 통해 중·고 과정은 뛰어넘을 수 있지만 초등과정은 그렇지 않다. 유근이 부모는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마음고생을 했다. 다행히 유근이 부모의 뜻을 이해한 국회의원들이 만든 ‘송유근 법’ 덕분에 초등과정을 건너뛸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셋째, 초·중·고 과정을 통과해도 대학과정이 어렵다. 천재 어린이가 대학에 조기진학해도 언니·오빠들 사이에서 도태될 확률이 크다. 교육이란 꼭 선생님으로부터만 받는 것이 아닐진대, MT도 같이 못 가는 어린이가 어떻게 절차탁마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겠는가. 예민한 사춘기를 맞이할 어린이에게 심적 부담만 가중될 뿐이다.

 한국이 앞으로 살아남을 길은 오직 인재개발에 달려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명확한 결론에 이른다. 희망하는 천재 어린이들이 초·중·고·대학 과정을 일사불란하게 마칠 수 있는 ‘교육계의 KTX’를 만들어야 한다. 그 KTX의 원동력은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이고, 종착역은 국가나 기업이 만든 (‘민사고’ 같은) ‘민사대’가 돼야 한다. 천재 어린이들을 모아 놓아야 일반 대학과정에서 ‘각개격파’ 당하는 일을 막을 수 있고 전인교육 차원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민사대’에 들어온 어린이는 국가 차원에서 돌봐줘야 한다.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집에서 태어난 어린이의 얼굴에도 그늘이 없어야 한다. 이는 ‘공정한 사회’를 추구하는 현 정부의 철학과도 일치한다. 우리나라가 앞으로 살아남을 길은 오직 인재 개발에 달려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장